조선株, 주도주 지위 상실하나?..현대重, 고점대비 '반토막'

조선株, 주도주 지위 상실하나?..현대重, 고점대비 '반토막'
지난해 국내 증시 활황세를 견인했던 조선주들이 겹겹이 쌓이는 악재로 주가가 급속히 빠지면서 주도株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조선업황 자체에 대한 논란 뿐만 아니라 개별 종목이 가진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향후 주가상승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조선 대표주 현대중공업은 5일 장중 한때 26만원까지 급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 최고가 55만원 대비 51.17%까지 빠져 9개월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9.65%까지 하락해 3만4000원대에서 머물고 있고, 지난해 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한진중공업은 66%이상 추락해 52주 신저가 3만4000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 등도 업황 뿐만 아니라 개별 악재를 안고 상승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올해 기업.인수합병(M&A) 최대어급 매물인 대우조선은 정부가 M&A성 대출과 풋백옵션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 급락했다. 정부가 자금줄을 옥죌 경우 인수경쟁 열기가 식으면서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최근 유럽 선주와 맺은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수주계약이 취소되자 업황전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며 폭락장을 연출했다.

올초 시가총액이 9조8000억원대에 육박했지만 최근 6조7900억원대로 추락하며 7개월만에 3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의 수주계약 해지 소식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재 주가는 지난해 고점대비 56%가 빠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 충격을 준 잇딴 계약해지 사태가 펀더멘털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만큼 과도한 반응은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와 후판가 인상에 따른 하반기 실적둔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조선株들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2003년 2만원3000원대 수준에서 지난해 55만원대까지 무려 20배 가까이 오른 것"이라며 "증시상황이 좋을 때 쏠림현상이 컸던 종목일수록 반대로 조정장에서는 그 만큼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주 취소 사태는 수익추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주도주로의 지위는 변동장에서 투자자들이 방어주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회복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2분기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후판가 상승으로 기대이익이 낮아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0만9000원으로 24.4% 하향 조정했다.

같은 이유로 삼성중공업 목표가도 기존 4만8800원에서 4만6400원으로 내렸다.

전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감소한 것은 4월 주문부터 적용된 후판가격 인상이 5월부터 원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인상된 후판가가 완전히 반영되는 3분기에는 2분기에 비해 실적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이 조선업황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조선 개별 종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온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증시악화와 경기침체 영향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조선주들이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 주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선박가격이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가 더이상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조선주들의 기본적인 펀더멘털 요인은 견고하기 때문에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