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림픽 개최市에 전력 집중 공급…산둥성 한국기업 9월까지 조업 차질

中, 올림픽 개최市에 전력 집중 공급…산둥성 한국기업 9월까지 조업 차질

"일주일에 4일은 전기 공급을 끊는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중국 진출 15년 만에 이런 전력난은 처음입니다. "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원미복장의 이학봉 사장은 지난달 20일 시정부로부터 단전 통지를 받았다.

이 사장은 "단전하는 날에는 전기가 들어오는 야간에 작업하고 있지만 납기를 맞추기 힘든 데다 불량품까지 늘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산둥성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최악의 전력대란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옌타이시 무핑구에서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P사는 2주 전부터 사흘 일하고 사흘은 쉬는 체제로 바꿨다. 원래는 하루 16∼20시간씩 일주일에 6일 공장을 돌렸지만 구청에서 단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옌타이시 외곽 라이양시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부산복장의 김명식 사장은 "이미 열흘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전기 구하는 게 전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옌타이 외곽에서 채석장을 운영하는 한국 업체들은 거의 전멸"이라며 "시정부가 지난 3일 공단 외에 있는 업체들에 올림픽이 끝나는 9월까지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통지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웨이하이 한인상공회의 이상린 부회장은 "지역경제 기여 정도를 따져 기업별로 일주일에 단전 일수를 2일,3일,4일 등으로 정한 뒤 요일별로 단전을 하고 있다"며 "70% 이상이던 공장 평균 가동률이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력 수요가 100이면 공급은 20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도 전력대란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웨이하이에 있는 삼성전자 프린터 공장은 인근 협력업체의 납기 지연 등으로 쉬는 날이 일주일에 2일에서 3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옌타이에서 굴착기 등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지난 1일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두 달간 일주일에 4일 단전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날도 수시로 정전이 돼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선 코일을 만드는 한 업체는 예고 없는 정전으로 일부 제품을 폐기처분했다. 남해원 옌타이 한인상공회 사무국장은 "통보 없이 수시로 정전을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명확한 제한송전 기준도 없고 시정부에서는 발전시설을 늘리겠다는 대답만 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체 발전기 구입을 추진 중이지만 발전기 가격이 뛰고 있는 데다 이를 돌릴 기름값도 비싸져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 이후에도 전력난이 수그러들지 않아 한 달 이상 조업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력난이 심화된 이유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선양 친황다오 텐진 등 올림픽 개최 도시에 전력 공급을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은 이달부터 올림픽 야경을 위해 톈안먼 광장과 주요 지역 야간조명 시간을 자정까지로 늘렸다. 올림픽주경기장인 냐오차오의 전력 사용량은 주택 1만채에 맞먹는다.

특히 중국 에너지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이 위축되면서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올림픽 개최 도시가 몰려 있는 화북지역의 화력발전소들은 오염 방지를 위해 일부 가동이 중단됐다. 석탄 가격은 올초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는데 전력 가격 통제로 발전소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전력 생산을 중단하는 발전소가 늘어났다.

연초 폭설에 이은 쓰촨성 지진으로 석탄 공급이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중국의 전력대란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