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진화] 자동차도 '터치' 시대… 버튼 하나로 후진 주차

지문인식 센서에 손 대면 좌석위치 등 잡아줘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터치해 각종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이 자동차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휴대폰에 터치 시대가 열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버튼 하나로 후진 주차를 하거나 트렁크 높이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부품 덩어리가 아닌 정밀한 전자장비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재규어는 신형 스포츠세단 XF에 '재규어 센스'라는 터치 기능을 장착했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열 때 손잡이를 당길 필요가 없다. 실내등을 켤 때 역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글로브 박스와 머리 위 실내등에 센서가 달려 있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작동 명령을 자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운전 중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유용하다.

아우디는 대형 세단 A8 4.2에 운전자 지문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달았다. 지문 인식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좌석 위치는 물론 운전대와 거울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준다. 마지막에 사용한 라디오 주파수와 음량,에어컨 온도 등도 자동으로 설정한다.

아우디는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에 트렁크 적재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트렁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트렁크를 낮춘 상태에서 짐을 다 싣고 깜빡 잊고 그대로 출발해도,에어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작동해 차체를 높여준다. 인피니티는 EX35에 '이지 엔트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운전자가 앞좌석 문 손잡이를 열면 편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운전대와 좌석 위치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자동기억 장치가 미리 인식한 운전자 체형 및 습관에 맞게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또 최근 출시된 FX에는 전동 접이식 분할 시트를 넣었다. 짐이 많거나 무거운 짐을 실을 때,앞좌석과 트렁크에 위치한 버튼 하나로 시트를 접었다 펼 수 있다. 접이식 시트가 원상 복귀할 때도 등받이가 천천히 올라오도록 해 조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끔 해준다.

폭스바겐은 소형 SUV 티구안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차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동주차 기능'을 달았다. 자동 주차 기능을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초보 운전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후진 일렬주차를 도와준다. 운전자는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기어변속 후 적당히 속도만 조절해주면 된다. 지난달 출시 일주일 만에 200대의 초기 계약을 따낸 것은 이 기능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급경사 주행도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랜드로버는 7인승 SUV인 디스커버리3 모델에 급경사와 눈길,빗길 운전 때 노란 색 HDC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가 자동으로 작동해 차량 속도를 최적으로 유지해준다. 차체제어 능력을 스스로 향상시키기 때문에 스티어링휠로 방향만 조절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푸조의 베스트셀링 모델 307SW HDi에 장착한 원터치 방식의 전동식 블라인드도 일품이다. 1.4㎡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손쉽게 여닫을 수 있다.

GM 사브의 9-3 및 9-5 전 모델에는 장시간 야간 운전을 할 때 유용한 나이트 패널 기능이 부착돼 있다. 나이트 패널 버튼을 누르면,속도계를 제외한 계기판 전체가 어두워져 밤에 오랜 시간 운전할 때 피로감을 덜어준다. 운전자는 마치 야간 비행을 하는 항공기 조종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운전 중 다른 기능을 조작하면,계기판이 즉시 원상으로 돌아간다. 급가속하거나 연료 잔량이 15ℓ 이하로 떨어져도 경고등이 켜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커맨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더욱 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BMW 역시 운전 중 하나의 버튼으로 모든 편의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i드라이브'를 장착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