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렉서스 GS460'‥렉서스다운 부드러움에 역동적인 질주본능까지


렉서스 GS460이 저만치 구석에서 표범 같은 모습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맹수처럼 먹이를 놓칠세라,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금세라도 튀어나올 태세다. 긴장을 억누르고 살며시 표범의 등에 올라탔다. 시동을 거는 순간 야수 울음소리가 낮게 깔렸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얹자,마치 올가미를 끊고 질주하듯 억누르기 힘든 괴력을 쏟아냈다. '아차∼'하면서 급하게 멈춰섰다. 표범이 달리지 못해 안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프리미엄 세단 GS460을 시승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우선 GS460을 찬찬히 뜯어봤다.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휠베이스(축거)가 2850㎜에 달해 실내가 충분히 넓기 때문이다. 차량 높이가 1425㎜로 낮은 편이어서,스포츠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대담하게 디자인한 차량 전면부 아래쪽은 안개등이 통합된 모습이 이색적이다.

달릴 때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실내 인테리어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몸을 착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오디오(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시스템) 및 온도 조절 시스템,내비게이션 등을 손가락 하나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운전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느낌을 준다.

실내에는 14개의 스피커가 달려 있다. 고속으로 주행하면서도 클래식 음악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공기저항 계수가 0.27Cd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만큼 윈드 노이즈가 적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한 주행 사운드는 렉서스의 전매특허 격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설치된 통풍시트는 더운 여름에 안성맞춤인 기능이다. 시원한 바람이 엉덩이를 통해 전해졌다. 후진기어를 넣을 때 경사각이 자동 조절되는 사이드 미러도 편리했다.

◆스포츠세단의 질주 본능

신형 V8 엔진을 통해 최고 347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시속 200㎞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나가는 게 일품이었다. 정통 스포츠세단의 민첩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첨단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고속 주행 때 몇 단으로 달리고 있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변속 충격을 느끼기 힘들 만큼 승차감이 좋았다. 가변식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AVS'를 통해 운전 상황에 맞는 충격완화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한 덕분이다. 코너링 역시 굉장히 탄력적이었다. 첨단 '다이내믹 핸들링 테크놀로지' 때문이다.

GS460은 안전장치가 많은 편이다. 차체 역학 통합제어 시스템(VDIM)은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해 차량의 미끄러짐을 미리 예측해주는 장치다. 제동 및 조향장치 등을 사전에 적절하게 제어해 차체 안정성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자제어 브레이크(ECB),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차체 안정성 제어장치(VSC),잠김방지 브레이크(ABS) 등 첨단 안전사양은 기본이다.

GS460 시승 후 달리기 성능과 승차감을 환상적으로 결합한 차량이란 결론을 내렸다. 다만 뒷좌석보다 앞좌석 운전자를 더 많이 배려한 흔적이 많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때,속도를 줄여도 이 기능이 자동으로 풀리지 않는다. 일부 운전자들은 당황할 수 있지만,익숙해지면 괜찮을 것 같다. 연비가 ℓ당 8.7㎞로 차체(4850㎜)에 비해 다소 미흡하지만,배기량(4608cc)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가격은 8130만원.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