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금리 연말까지 '現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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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를 포함한 상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이 '중립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뒀던데서 탈피해 '동결'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금리는 상당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중앙은행들이 경기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2.0%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 FRB는 금리결정 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경기하강 및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연말이나 내년께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가에서는 이 같은 시각에 비춰 연준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FRB는 지난 6월 성명서에서 밝혔던 '경기하강 리스크가 다소 줄었다'는 표현을 삭제한 대신 노동시장의 위축을 지적하며 경기하강 우려를 강조했다. 실제 지난 7월 미국 실업률은 5.7%로 4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금리동결 결정에 대해 "예상했던 것"이라며 통화 정책의 초점을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부양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FRB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금리 결정 전 68%에서 77%로,10월 회의에서의 동결 가능성도 48%에서 55%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이 FRB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시 금리를 인하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7일(현지시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4.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및 소비자신뢰지수,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고용시장 등이 모두 악화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4.25%에서 올릴 가능성은 무척 낮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연례 유럽경제 평가 보고서에서 "ECB가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중앙은행도 FRB와 마찬가지로 경기 하강 위험을 주시하며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연말 혹은 내년 초께 현재 연 5.0%인 기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도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글로벌 금리 동결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경기하강 위험이 각종 거시 지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