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뒤통수 맞은 아스콘업계

지난 1일 오후 7시.아스콘조합 임원에게 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유업계의 대표격인 SK에너지에서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주 원료인 아스팔트 가격 인상 방침을 조건 없이 철회하고 일선 대리점에 통보하겠다고 알려왔으니,8월4일로 예정된 정부중앙청사 앞 시위를 취소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임원은 비상소집령을 동원,전국의 회원조합에 이 사실을 알렸다. 2500여명의 회원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었던 버스회사에는 위약금을 지급하는 손실도 감수해야 했다. 한 신문에 게재키로 했던 집회공고 내용이 다급하게 '지식경제부 및 정유업계의 인상 철회에 대한 감사의 말씀'으로 뒤바뀌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로부터 불과 열흘이 지난 지금 아스콘업계는 공장가동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선 정유사 대리점에서는 인상 철회 방침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한 해명도 제각각이다. SK에너지 측은 "전국의 대리점에 가격인상 방침 철회방안을 통보했으나 일부 대리점에서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SK에너지가 일부 대리점에만 통보해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아스콘업계는 "정부 공무원까지 신뢰를 저버릴 줄은 몰랐다"고 격분하고 있다.

아스콘업계는 원자재 폭등 여파로 지난 4월 조달청을 상대로 납품 중단을 강행한 끝에 납품가격을 평균 19.3%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다시 아스팔트 값을 올릴 경우 힘겹게 얻어낸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아스콘업계의 반발을 의식,일단 8월분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11일 오후 늦은 시간에야 발표했다. 하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아스콘업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유가시대에도 올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낸 정유사들은 최근 고통 분담 차원에서 1000억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들은 홍보성 기금보다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정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