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도 '불통' … 정부 정책포털서 '국민주 공모 방식'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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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사주와 일반공모를 통해 해당 공기업 근로자와 일반 국민이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
지난 11일 국정홍보 사이트인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정부 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작성자는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하지만 공기업 선진화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주 방식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해 본 적이 없다"며 "아주 초기 단계 논의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방안일 뿐"이라고 13일 밝혔다.
어떻게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포털에 게시된 내용을 주무 부처가 이틀 만에 부인하고 나서는 '촌극'이 벌어지게 됐을까.
정책포털은 '공기업 매각이 재벌 특혜이고 국부 유출'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동일인 주식 소유 제한 등 경제력 집중 견제 장치를 만든 뒤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이 같은 국민주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포스코 KT KT&G 등의 사례를 성공적인 모델로 거론하기까지 했다. 정부 기고문을 신뢰한 통신사와 일부 속보성 매체들은 정부가 일부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들어간 구조조정 기업을 민영화할 때 '경제력 집중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국민주 방식을 활용키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정책포털 기고문이 확정된 정부 방침인지 확인하는 기자에게 재정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매각 방식 중 하나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거론한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국민주 방식도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며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이는 없었다.
정부가 국민주 방식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들어간 구조조정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던 국내 기업과 외국계 펀드들은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국민주 방식으로 공모하면 어느 누구도 지배주주가 될 수 없어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이들 기업을 또다시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사실상 정부 영향권 아래에 두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지적까지 내놓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뒤늦게 재정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재정부 대변인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고용된 필자들이 민영화 작업 초기에 만든 문답자료를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착오가 난 것"이라며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방침도 아닌 내용이 확정적으로 정책포털에 올라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개혁 아젠다라는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기고문이 어떻게 주무 부처의 확인조차 없이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올 수 있느냐"며 "국민과의 소통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지난 11일 국정홍보 사이트인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정부 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작성자는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하지만 공기업 선진화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주 방식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해 본 적이 없다"며 "아주 초기 단계 논의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방안일 뿐"이라고 13일 밝혔다.
어떻게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포털에 게시된 내용을 주무 부처가 이틀 만에 부인하고 나서는 '촌극'이 벌어지게 됐을까.
정책포털은 '공기업 매각이 재벌 특혜이고 국부 유출'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동일인 주식 소유 제한 등 경제력 집중 견제 장치를 만든 뒤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이 같은 국민주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포스코 KT KT&G 등의 사례를 성공적인 모델로 거론하기까지 했다. 정부 기고문을 신뢰한 통신사와 일부 속보성 매체들은 정부가 일부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들어간 구조조정 기업을 민영화할 때 '경제력 집중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국민주 방식을 활용키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정책포털 기고문이 확정된 정부 방침인지 확인하는 기자에게 재정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매각 방식 중 하나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거론한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국민주 방식도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며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이는 없었다.
정부가 국민주 방식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기업이나 공적자금이 들어간 구조조정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던 국내 기업과 외국계 펀드들은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국민주 방식으로 공모하면 어느 누구도 지배주주가 될 수 없어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이들 기업을 또다시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사실상 정부 영향권 아래에 두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지적까지 내놓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뒤늦게 재정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재정부 대변인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고용된 필자들이 민영화 작업 초기에 만든 문답자료를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착오가 난 것"이라며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방침도 아닌 내용이 확정적으로 정책포털에 올라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개혁 아젠다라는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기고문이 어떻게 주무 부처의 확인조차 없이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올 수 있느냐"며 "국민과의 소통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