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 (25) 낙원떡집 ‥4代 김승모씨 "전통 맛 名品 브랜드로 키울 것"

"낙원떡집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떡집이 수도권에만 400곳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떡집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것이지요. 이 같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효과적일까를 놓고 고민이 많습니다. "

낙원떡집의 4대째 경영 승계를 준비 중인 김승모씨는 향후 브랜드 경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96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김씨는 5~6년 전부터 어머니를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낙원떡집의 로고를 만들고 쇼핑백 등 포장용 봉투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그때만 해도 낙원떡집은 검정 비닐봉투에 떡을 담아 팔았다. 낙원떡집의 홈페이지(www.nakwonfood.co.kr)도 이 무렵에 만들었다. 인사동에 분점을 낸 것도 김씨의 아이디어다. 인사동 낙원떡집에서는 젊은 소비층이나 외국인들이 먹기 편하도록 테이크아웃 형태로 떡을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업 승계자가 그렇듯 김씨 역시 낙원떡집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떡집 운영은 말 그대로 중노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떡을 만드는 과정이 떠올라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함부로 떡을 나눠주지 않을 정도다. 무용과 미술을 각각 전공한 누나와 여동생도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가업 승계를 포기했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김씨가 결국 가업을 이으려고 결심한 것도 부모님이 피땀 흘려 투자한 세월이 아까워서였다. 떡이라는 음식이 맛이나 품질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도 외식 브랜드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기나긴 세월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것.떡 소비층이 줄면서 가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듯한 위기감도 가업 승계를 결심하게 된 이유다. 김씨는 "어머니는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에 앞서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 본능으로 가업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며 "떡의 상품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효과적인 브랜드 경영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대형 식품업체가 떡 판매에 뛰어든 것과 관련,김씨는 쓴소리를 했다. 김씨는 "일부 대기업들은 큰 시장에 도전하지 못하고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중소업체들의 영역만 넘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