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억세게 올림픽 메달운 없는 사람들…

올림픽에만 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유독 올림픽에서는 맥을 못추며 눈물을 삼키곤 하는 '올림픽 징크스'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삼바축구'의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축구 4강전에서 남미의 맞수 아르헨티나에 0-3으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며 최다 우승국 기록을 갖고 있지만 정작 올림픽에서는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이번에도 4강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징크스'를 이어갔다.

육상 100m에서 팀 동료인 우사인 볼트(22)에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명예를 내준 아사파 파월(26)도 올림픽에만 오면 맥을 못춘다. 파월은 100m에서 총 41차례나 9초대를 기록했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네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라이벌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5위에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에서마저 또 5위를 기록하면서 '5위 징크스'까지 생겼다.

4년 넘게 세계 랭킹 1위를 지켜왔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7.스위스)도 올림픽과 인연이 없다. 페더러는 이번 올림픽 남자단식 8강전에서 제임스 블레이크(7위.미국)에게 세트스코어 0-2로 져 탈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4위,아테네에서는 2회전 탈락했던 페더러는 세 번째 도전에서도 결국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사격선수 매튜 에몬스(27) 역시 '올림픽 징크스'의 희생양이다. 아테네올림픽 사격 결선에서 여유있게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한 발을 옆 선수의 과녁에 맞추는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며 꼴찌로 미끄러졌던 에몬스는 이번 대회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도 선두를 질주하던 중 마지막 한 발을 어이없이 4.4점에 맞추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쳐야 했다.

여자 마라톤의 '지존' 래드 클리프(35.영국)는 더 심하다.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아테네올림픽에서 탈수 증세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왼쪽 다리 통증으로 23위에 머물렀다.

래드 클리프는 2002~2003,2005년 런던마라톤을 세 차례 우승하고 2002년 시카고마라톤,2005·2007년 뉴욕시티마라톤 등 이름난 마라톤 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2003년 런던마라톤에서 세운 세계기록은 5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반면 이번 올림픽에서 징크스를 깬 경우도 있다. 세계 육상 중장거리 종목의 최강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케냐 여자 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까지 육상 트랙종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올림픽 징크스'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이번에 19세인 파멜라 제리모가 18일 열린 여자 800m에서 우승하면서 케냐 여자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또 한국의 진종오는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 50m 권총 결선 7번째 격발에서 6.9점을 쏘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이번에도 마지막발에서 8.2점을 쏘면서 4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듯했으나 상대선수들이 실수를 한 덕에 금메달을 획득하며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장미란(25.고양시청)도 징크스를 깨는 데 성공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했으면서도 두 차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을 밟지 못했으나 세계신기록 5개를 작성하며 '징크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