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덕지덕지' 시세표 못붙인다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모든 부동산 중개업소 2만5211곳은 유리창 등에 덕지덕지 붙인 매물 시세표를 떼야 한다. 또 새로 문을 여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금보다 간결하고 세련된 간판을 걸어야 한다.

서울시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을 정비하기 위해 '중개업소 외관 디자인 가이드 라인'을 제정,이달부터 시행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같은 서울시 방침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계는 "가뜩이나 거래가 안 되는데 서울시가 과잉 규제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단속 권한을 가진 일선 구청도 시세표 부착 금지 방안에 대해 단속할 근거 규정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모든 부동산 중개업소는 유리창에 부동산 매물이나 시세표를 부착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서울시는 신규로 등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중개업소는 폭 20m 왕복 4차선 이상 도로변의 경우 현재 3개까지 허용된 업소당 간판 수를 1개로 제한하고 폭 20m 미만 이면도로변에는 2개까지 허용키로 했다. 규격은 가로 길이의 경우 △업소 전면 폭의 80% 이내(최대 10m) △세로 길이는 폭 80㎝(판형) △45㎝ 이내(글자형)로 각각 제한키로 했다. 중개업자의 이름도 간판 상호 옆에 병기하도록 했다. 부동산업소 창문이나 출입문을 이용한 광고는 안전띠 모양의 폭 20㎝ 이하 크기로 제한하고 상호와 전화번호 등에 한해서만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업소의 경우 간판을 바꿀 때만 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서울시 방침과 관련, 한 부동산 중개사는 "가뜩이나 최근 거래가 끊겨 영업이 어려운데 지원은 못할망정 간판 규제나 하겠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옥외 광고물법에 근거해 간판 승인권을 가진 일선 구청인 서초구의 부동산정보과 관계자도 "간판은 몰라도 매물 시세표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간판이 지나치게 크고 자극적이어서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며 "각 자치구별로 인센티브를 부여해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