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급락에 주가 반등 '물거품'

중국 주식시장이 반등을 시도하는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에서 수급 사정과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26일 코스피지수는 11.86포인트(0.79%) 하락한 1490.25에 마감,하루 만에 1500선을 반납하고 작년 4월6일(1484.15) 이후 16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기관투자가들이 프로그램 매수를 중심으로 4100억원 넘게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돌려 놓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대외발 악재에 휘둘리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보수적인 시장 접근을 권했다.

◆1500 문턱서 중국발 악재에 무릎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 다우지수가 AIG 실적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가 증폭되며 2% 넘게 급락한 영향으로 1470대로 떨어진 채 출발했지만 기관이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며 낙폭을 줄여 장중 15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기관은 현·선물 간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차익 순매수를 중심으로 490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사모펀드에서도 1489억원의 순매수가 유입돼 연기금이 '사자'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회복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증시가 열리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증권 항공 철강업종을 중심으로 급락,2.62% 내린 2350.08로 밀려난 때문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된 중국 7월 경기선행지수의 8개 항목 중 소비자기대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모두 나빠진 것으로 나와 경기 둔화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오르면서 1090원을 넘봤지만 수혜주로 꼽히는 수출주들은 자동차주를 빼고는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들은 일제히 내렸다. 수출 채산성 호전보다는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 경기 둔화의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중국 관련주도 줄줄이 내렸다. 포스코가 중국 바오산강철이 올 들어 처음으로 제품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으로 0.54% 하락했으며 현대중공업(-1.61%) 삼성중공업(-2.13%) 대우조선해양(-4.93%) 등 조선주도 약세를 보였다. LG화학(-2.91%) 등 화학주도 동반 하락했다.

◆중국 전대를 기다린다미국과 함께 해외 악재의 한 축을 형성하는 중국 증시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중국 기업이익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다"며 "원가 급상승으로 이익증가율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고 이는 중국 무역수지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기가 물가 부담 속에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인지가 중국은 물론 세계 증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좀 더 이어질 경우 중국 증시도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센터장은 "유가 하락은 소비 회복을 이끌고 중국의 무역수지를 개선시켜 줄 것"으로 전망했다. 허 연구위원은 오는 10월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아직 중국 증시의 하락 추세를 돌려놓을 만한 계기가 없는 게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하락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대를 전후해 경기부양책이 나오면 중국 증시도 의미있는 반등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반등을 계속 시도하겠지만 급속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환율 급등이나 9월 자금시장 불안 등의 악재가 남아 있는 데다 수급 상황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기 않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내외 악재로 인해 주식시장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긴 힘들 것"이라며 "눈높이를 낮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