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LK350 ‥ 지붕열고 오디오 켰는데도 소음대신 음악소리 생생


메르세데스벤츠 SLK 350의 본격적인 시승은 한밤중에 시작됐다. 지붕을 여니 매끄러운 차체의 동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초가을 밤 시원한 바람을 맞기엔 컨버터블이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동을 거는 순간 중저음의 엔진음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붕~'하고 낮게 깔리는 사운드는 포르쉐의 엔진음을 지칭하는 '포르쉐 노트'에 견줄 만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니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했다. 1.5t 차체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데다 3.5ℓ 대용량 엔진(V형 6기통)을 달은 덕분이다. 반응속도가 놀라웠다. 시속 100㎞ 이상에서 추가 속도를 낼 때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벤츠가 이 차를 출시하면서 '드림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만했다. 핸들링이 매우 민감한 편이었다. 최고 출력은 305마력.다만 6500rpm 구간대에서 이 같은 힘을 발휘했다. 최대 토크 역시 36.7㎏·m높은 편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5.4초에 불과하다. SLK 350은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차량이다. 경주차의 전통을 계승했으며,벤츠의 고성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모델이 됐다. 변속기 역시 자동 7단을 장착해 변속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SLK 350에 반영된 첨단 기술은 또 있다. 바로 '다이렉트-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운전대에 가해지는 힘(조향력)을 기어비에 따라 자동으로 바꿔주는 조향력 가변장치다. 예컨대 차가 막히는 도심이나 울퉁불퉁한 지방도로를 주행할 때는 조향력을 줄이고,고속도로 등을 주행할 때는 다시 높여주는 방식이다. 속도를 즐기면서 오디오를 켰다. 지붕을 연 상태인 데도 주변 소음 대신 음악의 리듬이 귓가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오디오 20'이라 불리는 신형 시스템이 장착돼서다. MP3와 CD 사용이 가능한 내장형 CD체인저가 기본으로 설치됐다.

내부 디자인은 단순한 편이다. 스포츠카의 속도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한눈을 팔 필요가 없어서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여성적인 감각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 있다. SLK 350은 2인승 로드스터 모델이기 때문에 지면의 거친 느낌이 운전석과 동승석에 바로 전달되는 구조다. 사람에 따라 승차감이 다소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SLK 350은 멋과 속도를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