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자본주의…아직 끝나지 않은 대립

사회주의에 맞섰던 케인스와 하이에크.이들은 20세기의 한복판에서 시장의 본질,시장과 사회 그리고 경제와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이다. 그 고민을 많은 저작과 현실 참여를 통해 하나의 시대 정신으로 구현했던 대표적 경제학자들이기도 하다. '균형 가격'의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오늘날의 학자와는 달리 '공정 가격'이 무엇인가를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도덕 과학자'로 여겼던 마지막 세대였다.

그러나 이들이 옹호했던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케인스가 '자유방임주의 정책이 최선'이라는 고전 경제학의 이론을 부정하며 국가의 적절한 시장 개입을 강조한 반면 하이에크는 시장에 대한 통제는 인류를 노예의 길로 몰고 갈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케인스가 제시한 새로운 비전은 2차대전 이후 많은 국가들의 황금기를 이끌었고,하이에크의 사상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를 필두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기반이 되었다. <케인즈&하이에크,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은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진 '두 자본주의'의 잉태와 걸어온 길,그 과정의 뜨거운 대립을 그렸다. 똑같이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인식,1930년대 대공황의 처방을 둘러싼 공방,시장 참여자들의 평등성에 대한 시각 차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이상적 유토피아를 향한 중간 단계로서 끊임없는 도덕적 갱신의 대상이었던' 케인스와 '시장의 발견 과정을 뛰어넘는 어떠한 지식도 의미가 없었던' 하이에크의 철학이 명확히 대비된다.

그럼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두 학자의 대결은 승패가 난 걸까. 저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케인스의 이념에 부합하는 자본주의 복지 국가와 하이에크에 동조하는 자본주의 시장 사회의 대립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에 속하는 유럽은 과거의 경쟁력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복지와 분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후자의 가르침에 충실한 미국은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동시에 무하마드 유누스가 출범시킨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두 거두 이론의 장점을 취한 결합과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았다.

애덤 스미스를 사회자로,마르크스.케인스.하이에크.슘페터를 토론자로,경제학자 폴 크루그먼과 소설가 무라카미 류를 논객으로 등장시켜 일본의 장기 불황을 이야기하는 가상 토론회가 재미있다. 케인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이유,우리 정부의 '작은 정부론'을 이슈화한 대목도 독특하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