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연 기자의 이슈진단] 금호생명 지분매각 향방

한국경제TV는 지난 6월4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상장을 추진중인 금호생명 지분 일부를 글로벌 보험그룹에 매각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호아시아나측은 관련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 했었는데요. 어제는 입장을 바꿔 지분매각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보도국 박병연기자 자리했습니다. 박 기자.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금호생명 지분 매각에 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장 변화가 수 차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생명을 올 하반기 상장시키고 우리금융지주에 위탁경영을 맡긴 금호종금 경영권도 되찾아와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금융을 그룹내 핵심사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뒤, 두 달도 안 돼 금호생명 지분 매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지난 6월4일 금호그룹이 금호생명 지분 일부를 해외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호그룹은 이 같은 계획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었는데요. 7월 들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금호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금호생명이 그룹내 핵심계열사도 아닌데다 지분 일부를 매각해 봐야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금호그룹측이 당초 지분 25% 정도만 매각하려던 계획에서 한 발 나아가 계열사 보유 지분 69.84%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호생명 경영권을 완전히 매각하는 쪽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은 건가요?. 한국경제TV는 지난 9월3일 금호생명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부터 추진해 왔던 글로벌 보험그룹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결국 금호그룹은 그동안 협상을 벌여왔던 글로벌 보험그룹측이 증시 침체를 이유로 가격을 제대로 쳐주지 않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곳에 지분 일부가 아니라 경영권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어제 저녁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박삼구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금호생명을 매각하는 방안과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방안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아직 금호생명 경영권에 미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호생명 경영권을 포기하더라도 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경영권 매각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호그룹이 금호생명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JP모건측이 국내외 20여개 기업을 인수후보군으로 선정하고 일부기업엔 인수의향서까지 보낸 것을 보면 매각의지가 있다는 이야깁니다. 금호그룹이 만약 금호생명 경영권을 매각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인수희망자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까? 금호그룹측은 현재 크게 3가지 기업집단과 금호생명 지분매각을 타진중입니다. 그 중 하나는 최근 들어 금융부문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그룹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증권업에 진출한 현대차그룹과 손해보험업에 진출한 롯데그룹, 그리고 금융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GS그룹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그룹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다음으로는 거론되는 기업집단은 바로 은행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B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KB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각각 KB생명과 하나HSBC생명을 갖고 있지만, 업계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어,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는 최병길 금호생명 사장이 우리은행 출신이고 금호종금도 우리금융지주가 위탁경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호생명 인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는 나름데로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춘 신한생명을 갖고 있어 금호생명을 인수할 경우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시너지가 클 것이란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은행권 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그룹사나 은행권 외에도 미국의 메트라이프와 AIG, 프랑스의 AXA, 캐나다의 맨유라이프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인수 후보군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트라이프의 경우는 과거 대한생명과 SK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전력이 있고, 그동안 수차례 M&A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AIG도 최근 미국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긴 하지만, 가장 단기간에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라는 점에서,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AXA의 경우는 현재 교보AXA자동차보험, 교보AXA자산운용 등 교보생명측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합자 형태로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해 있는 데요. 최근 이 회사도 합자형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독자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금호생명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맨유라이프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캐나다에선 가장 큰 보험사로 금호생명 인수시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군에 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호그룹이 금호생명 매각에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현재 금호생명 주식수는 5924만주 정돈데요.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69.84%니까 대략 4137만주 정도가 매각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일 장외시장에서 금호생명 주가는 전일대비 10% 이상 오른 2만500원을 기록했는데요. 여기에 금호그룹 계열사 보유 주식수를 곱하면 84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더라도 1조원 정도면 금호생명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금호그룹측은 금호생명이 상장이라는 큰 호재를 앞두고 있고, 인수 의사를 갖고 있는 후보기업도 많다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3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금호생명 주가는 11일까지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2만원대를 단숨에 돌파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금호그룹이 희망하는 가격대인 3만원선에 조만간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금호그룹이 주당 3만원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유동성 위기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