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연말께 80弗 갈수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15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주요 17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CRB지수는 11.76포인트 하락한 348.26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시장조사회사인 서크덴리서치의 마이클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혼돈이 실물경제 불안으로 이어져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배럴당 145.29달러(WTIㆍ서부텍사스원유 기준)까지 급등했던 유가가 급락하자 시장의 관심은 원유 가격이 100달러 아래서 안정될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회사인 아라론 트레이딩의 필 후린 애널리스트는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올 겨울 날씨가 따뜻해 난방유 수요마저 줄어든다면 연말 배럴당 8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 노무라증권 금융시장정보관리실의 오코시 다쓰후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가 급락은 대형 펀드들이 지금까지 가져온 '주식 매도,원유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고,원유 매도세로 나선 게 주요 원인"이라면서 "세계경제 동반 침체 우려가 커지고,원유시장의 투기자금마저 이탈하고 있어 이번 하락 사이클에 배럴당 9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투기머니가 원유선물시장에서 빠져나가면 50달러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금융위기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15일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유가가 다시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으로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수급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미 에너지부는 2008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115달러,내년에는 126달러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배럴당 120달러선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한 회원국들도 많아 유가 하락을 마냥 지켜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들은 오는 12월 알제리에서 개최되는 총회까지 추가 감산을 해나가면서 가격 유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