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死한 사람 간 이식 국내 첫 성공

서울대병원, 아직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

뇌사자가 아닌 심장사로 숨진 사람의 간을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이남준 교수팀은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던 홍모 환자(56·여)에게 심장이 멈춰 이미 사망진단이 내려진 40대 여성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지난 7월 22일에 실시,현재 성공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뇌사자의 간이나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해 왔으나 이번처럼 통상적인 심장사로 사망한 사람의 간을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장사한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방법은 부족한 간 장기기증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의료진에 따르면 홍씨는 당초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받기로 했으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상호 일치하지 않는 부적합으로 판정돼 1주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는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의료진은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온 뒤 여러 차례의 응급수술에도 생명을 건지지 못한 40대 여성의 간을 사망 직후 홍씨에게 이식했다. 홍씨는 간 이식 수술 이후 특별한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돼 지난 16일 퇴원했다.

서 교수는 "사망자의 간 이식은 수술 후 결과가 나빠 잘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결과가 향상되면서 선진 외국에서는 조심스럽게 시행되고 있다"며 "아직도 위험도가 높은 수술이지만 이번처럼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순환 정지에 의한 산소공급 중단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간의 경우 그 영향으로 이식받은 사람에게서 담도협착을 비롯한 합병증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국내 간 이식은 뇌사자 간 이식 128건,생체 간이식 620건으로 총 748건에 그쳤다"며 "그렇지만 지난 6월 현재 간이식 대기 환자는 3480명에 달해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