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포기] 국민銀 인수땐 자산 400兆 메가뱅크, 하나에 넘어가면 4강체제 구축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외환은행이 누구 품으로 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된다면 국내 금융권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은 2006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가 여론에 밀려 계약을 파기했던 KB금융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9일 금융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황영기 KB금융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과의 대등 합병이 여의치 않으면 외환은행 등 자산 규모 100조원대의 은행과 합쳐 자산 500조원대의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지난 6월 말 총자산이 299조원인 KB금융이 외환은행(자산 103조원)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는 402조원으로 커진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 등 경쟁사들을 압도해 1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해외 부문도 보강할 수 있게 된다. KB금융지주는 인수ㆍ합병(M&A) 추진을 위해 올 연말까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4조원가량의 자사주 물량을 국내외 투자자들에 매각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과 경쟁을 벌였던 하나금융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상황 변화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자세한 방침을 밝히기 전에 인수 의사를 표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융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지금의 정체된 모습에서 벗어나려면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M&A밖에 없다"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161조원에서 264조원으로 커져 우리ㆍ신한ㆍKB금융과 다시 4강 체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농협중앙회도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변화 추이를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김태영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는 "외환은행에 관심은 있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자산이 185조원인 농협중앙회가 외환은행을 손에 넣게 되면 단숨에 자산 288조원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된다. 특히 농협은 현재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채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농협법이 개정될 경우 농협의 외부 투자 한도가 자기자본의 15%에서 30%로 늘어 총 4조원가량의 여유자금을 갖게 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