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 내가 투자한 상품 괜찮나

미국에서 금융위기로 인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MMF(머니마켓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 금융상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파산을 신청한 리먼 브러더스와 관련된 일부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가 큰 손실을 내 지급불능 또는 환매연기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증권사에는 "내가 투자한 상품은 안전하냐"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MF,CMA(종합자산관리계좌),RP(환매채) 등 국내 채권형 상품들은 해외투자가 전혀 없이 대부분 국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같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발행회사가 부도처리되는 등 극한 상황이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사전에 고정이자 지급을 약속한 CMA와 RP는 자금운용과정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판매회사인 증권사가 100% 떠안는 구조로 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주식과 함께 코스피지수 선물 등 국내외 파생상품에도 투자하는 ELS·ELF와 주식형펀드는 지수와 기초자산인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생기는 손실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먼이 지급보증한 상품은 손실 불가피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리먼브러더스와 직접 관련된 상품들이다. 투자손실이 큰 데다 지급책임이 있는 리먼이 본사는 물론 서울지점의 자산까지 동결된 상태여서 환매는 물론 손실을 뺀 원금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리먼 관련 펀드는 크게 △리먼이 발행한 ELS를 국내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편입한 ELF와 △리먼이 지급보증한 채권을 사들인 채권형펀드 두 가지다. 또 문제가 되는 리먼 관련 ELF는 다시 국내 증권사가 리먼과 백투백(back to back) 헤지 계약을 맺고 들여온 ELS를 편입한 상품과 자산운용사가 직접 리먼과 계약을 맺은 ELS를 사들인 상품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전체 판매 규모는 1050억원으로 두 상품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분석이다.

전자는 상품을 판매한 국내 증권사가 지급결제 의무를 갖기 때문에 설사 리먼이 회생하지 못하고 청산에 들어가더라도 해당 증권사에서 손실을 뺀 투자자금을 모두 돌려주게 된다.

반면 후자의 경우엔 지급결제 의무가 리먼 측에 있어 사정이 복잡해진다. 리먼이 청산 등으로 지급불능 상태가 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뺀 나머지 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리먼이 받을 돈과 줄 돈을 정산하는 '빚잔치'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지만,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에 대해 최봉환 자산운용협회 부회장은 "리먼 같은 대형 금융업체의 파산신청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구체적인 절차를 알아보고 있지만 리먼이 파산하더라도 자산실사 등을 거쳐 투자자금의 일부라도 보전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협회는 리먼과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한 5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공동변호인단을 구성,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경우 최근 리먼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뉴욕 지방법원에 채권자 등록을 마친 상태다.

또 리먼이 지급보증한 채권(신용연계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 300억원어치를 편입한 채권형펀드들도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채권이 선순위 채권이어서 문제가 되는 ELF보다는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지만,리먼이 파산할 경우 투자자금을 상당 부분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리먼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ELS상품들 역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는 안전하지 않다. 특히 ELS는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는 덜하지만,기초자산의 가격(주로 상장사 주가나 특정 국가의 주가지수)이 기준일에 비해 40∼50% 이상 폭락했을 때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반면 주가가 이만큼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미리 정해진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채권형 상품은 안전

이에 반해 채권형 상품들은 대체로 안전하다. 국내 채권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MMF도 국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MMF의 주요 투자처는 국내 단기 우량채권에 한정돼 있어 파생상품 등을 편입하는 미국의 MMF와는 다르다"며 "채권시장의 약세로 기대수익률이 하락할 수는 있지만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CMA와 RP도 마찬가지다. 모두 국내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있어 발행사 부도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약속된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종금형 CMA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무조건 원금을 보장받는다. RP는 증권사가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지급불능을 선언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에는 만기 1∼2년짜리로 연 7%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캐피털 회사 및 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도 많이 팔렸지만 이들 상품도 대체로 안전지대에 있다는 평가다. 신금호 한국증권 자산관리컨설팅 부장은 "증권사에서 판매한 채권의 신용등급은 A플러스 이상"이라며 "아직은 안심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