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밀러·피터 바코 "코닝社 157년 장수비결은 멈추지 않았던 R&D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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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최고기술경영자(CTO)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계 최초로 TV 브라운관을 만든 미국 코닝사의 조셉 밀러 CTO와 피터 바코 아시아지역 CTO는 29일 "뚝심있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얼핏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기 쉽지만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달랐다.
2001년의 일이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코닝사는 3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직원의 절반인 2만5000명을 내보내야 하는 시련이 닥쳐왔다. 애모리 호튼 당시 회장이 밀러 CTO를 호출했다. 밀러 CTO는 "연구개발비를 줄이겠다는 말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튼 회장은 뜻밖에도 "연구를 그만둔다면 우리는 미래가 없다"며 R&D에 몰두해 달라고 당부했다. 밀러 CTO는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R&D에 대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것이 코닝이 157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R&D에 관한 한 코닝은 완강한 철학을 갖고 있다. '이것이 미래를 선도할 기술'이란 확신이 서면 우직하다 못해 답답할 정도로 시장이 열릴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연 매출의 10%를 투자해 끈기있게 밀어붙인다. 투자액의 67%가량은 5~10년 안팍의 단기 연구에,나머지 33%는 10년 이상의 중ㆍ장기 연구에 투입한다.
바코 CTO가 코닝에 합류한 1979년의 일이었다. 경영진을 만나 "이제 곧 광섬유 시장이 드디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은 그를 보고 웃었다. 이미 1930년부터 광섬유 기초 기술을 개발해 40년 가까이를 기다려온 그들에게 '이제 곧'이란 말은 진부한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광섬유는 홈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로 코닝은 1970년에 세계 최초의 광섬유를 내놨다. 밀러 CTO는 "코닝이 LCD 기판유리 기술을 개발한 것은 1970년대의 일이었다"며 "코닝은 시장을 관찰해 나가면서 10년 넘게 시장의 개화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래 유망산업에 대해 바코 CTO는 저전력 고효율 친환경으로 대표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과 3차원(3D) 디스플레이,후면광원이 필요한 LCD와 달리 외부의 빛을 이용해 만드는 리플렉티브(reflective)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그는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OLED 조명은 물론 신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에도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 계속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