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인하 가능성 높아졌다

트리셰 총재 "경기침체 대응위해 인하 논의"
유럽중앙은행(ECB)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동결했다.

ECB는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 거시 경제지표의 변화 요인을 더 관망하기 위해 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ECB는 2달 연속 금리를 동결,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한 뒤 "금융 위기로 경기 하강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물가 상승세가 둔화돼 금리 인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유가가 떨어졌고,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져 ECB가 금리를 내릴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 컨설팅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유럽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며 "올 연말까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가 억제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펴왔던 ECB의 정책기조가 바뀐 것은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리셰 ECB 총재는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통화정책과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할 것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지난주 역내 5개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고,리보(런던은행 간 금리)가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ECB도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조업 지수가 크게 악화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경기 부양 쪽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앞서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ECB가 이번 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오는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FRB가 추가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ECB가 금리정책을 완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유로화 가치는 연일 약세다.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1.4달러대가 깨지며 장중 한때 1.3936달러까지 하락했다.

박성완/서기열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