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지지선' 연쇄 붕괴

미국·일본 5년만에 최저…브릭스도 올들어 반토막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주요 증시의 지지선이 도미노처럼 붕괴되고 있다. 지지선 붕괴 후 하락속도가 더 빨라져 각국 주가는 글로벌 대세상승기가 시작되기 전인 3~5년 전 수준으로 일제히 되돌아가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강력한 지지선으로 간주되던 1300선 아래로 힘없이 추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9.38% 급락하며 5년2개월 동안 지켜냈던 1만엔선 아래로 단번에 추락했다.

이 같은 지지선 붕괴는 미국 증시의 정상궤도 이탈에서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6일 심리적 지지선인 10,000선이 2004년 10월 이후 꼭 4년 만에 붕괴됐다. 다우지수는 다음 날도 5% 추가 급락해 순식간에 5년1개월만의 최저치로 밀려났다.

유럽 대표증시인 프랑스 주가도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9월 말 3년여 만에 4000선을 이탈한 뒤 주가 하락폭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 증시 오름세를 주도해온 이머징 마켓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6일 하루 만에 19% 폭락하며 3년 만에 1000선을 내주고 말았다. 브라질 역시 이달 들어 하락세가 커져 2년 만에 40,000선 붕괴를 앞두고 있다. 인도증시도 2년 만에 지지선인 1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브릭스국가 증시는 일제히 반토막났다. 러시아는 올 들어 63.6%(이하 MSCI지수 7일 종가 기준)나 폭락했고 최근 3개월 하락률도 55.2%에 달한다. 중국과 인도 주가 역시 올해 각각 49.0%와 45.9% 떨어졌다. 브라질도 38.2%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세계 증시의 지지선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뉴욕증시의 경우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나타내는 VIX지수가 57.55까지 치솟아 이 지수가 산출된 199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효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여전한 데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져 리세션이 나타날 것이란 위기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맞아 우왕좌왕하며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에 빠진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공조체제를 이뤄야만 동반 급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수 연구원은 "10일로 예정된 G-7재무장관회의를 시발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공조가 현실화되면 동반 추락세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