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보케베케

존 러스킨은 사람이 자기 직업에서 행복을 얻으려면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 일을 좋아해야 하고,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고,그 일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직업이라면 평생 누려야 할 천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 자기 직업에 만족하기는커녕 힘겨운 밥벌이에 모두가 지겨워한다. 더구나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직장인들은 정신적인 중압감까지 덧씌워져 이중 삼중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처지에 맞는 직업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변화를 모색하면서 이모작(二毛作)의 인생을 꿈꾸는 것이다. 새로운 직업을 찾는 방법으로 요즘 관심을 끄는 게 '보케베케'다. 천직을 뜻하는 보케이션(vocation)과 휴가라는 베케이션(vacation)의 영어 합성어인데 '천직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해석된다. 휴가 기간 동안에 자신이 동경하던 직업을 몸소 경험해 보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인기를 모은 보케베케 사이트의 구호는 "당신이 평생 꿈꿔왔던 직업을 체험해 보세요!"였다.

우리 사회에도 보케베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계와 함께 자아실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행복한 밥벌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 보면 보케베케를 경험한 사람들 중 25%가 꿈꾸던 천직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가 보지 않은 길을 떠나는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 없지만,설령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면 방향을 바꿔서라도 다시 걷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라고 한다.

이처럼 정체된 삶을 단호히 거부하는 보케베케족들은 거의가 도전적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의미있는가"를 끊임없이 반성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의 한 방법으로 보케베케는 훌륭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