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韓食 (한식)

컴퓨터가 제아무리 발달해도 할 수 없는 것 세 가지는? '농담과 울음,그리고 요리'라는 답이 있다. 사람만이 가능한 농담과 울음처럼 요리 역시 컴퓨터에 맡길 수도 없고 맡기고 싶지도 않다는 얘기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만은 사람의 정성과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기를 원한다는 말도 된다.

뭐니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이 최고라고 하거니와 음식만큼 오래 기억되는 건 없다. 한번 맛보았던 건 어느 것이나 생각나거니와 입맛에 맞았던 것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어렸을 때 먹던 음식 타령을 하는 것이나 음식이 좋았던 여행지를 다시 찾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고정된 식단의 집밥 위주로 생활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엔 어느 나라 사람 할 것 없이 밖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다. 새롭고 다양한 메뉴를 필요로 하는 것도 물론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 요리 전파에 힘쓰고, 20년 뒤엔 세계 외식시장 규모가 자동차 시장과 IT산업 시장을 합친 액수보다 커질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2008 한식 세계화 원년 선포식'을 갖고 한식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및 부가가치 창출에 나섰다. 1997억원을 투입,10년 뒤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다.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대표음식과 표준 요리법 보급을 지원,해외 한식당 수를 대폭 늘리겠다고도 한다.

해외에 한식이 보급되면 식자재는 물론 그릇도 수출할 수 있다. 인력이 필요할 테니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한식당이 많아지려면 교포나 한인 여행객이 아닌 현지 손님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자면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메뉴와 장점을 알려 먹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게 먼저다. 한 눈에 한식당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하고 품격 높은 실내외 장식 또한 필수다. 외식을 하는 이유엔 집에서 요리하기 힘든 음식을 먹고 싶은 것도 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외식 역시 브랜드에 따른 심리적 만족감을 사는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