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頂上의 감동' 베를린필 晩秋를 적신다 … 11월 20,21일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현악기를 연주할 때 활의 각도가 자로 잰듯 똑같다고 한다. 연주자들이 정확하고 철저한 독일색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를린 필은 단원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활의 각도가 같은 것은 이들의 다양성이 그만큼 잘 어우러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베를린 필이 11월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베를린 필 공연은 2005년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과 함께 방문한 뒤 3년 만이며,198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한국 초연 무대를 가진 이래 3번째다. 베를린 필은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20일에 브람스 교향곡 1,2번을 들려주고 21일 브람스 교향곡 3,4번을 선사한다. 베를린 필의 정통 독일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최근 들어 현대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베를린 필이기 때문에 더욱 드문 무대다. 이 중 교향곡 1번은 브람스가 21년이나 걸려 완성한 걸작이다. 교향곡 3번은 베를린 필하모닉이 최초로 연주하기도 했다.

베를린 필은 1882년 봄 54명으로 시작한 연주단체를 모체로 1887년 공연 기획자인 헤르만 울프에 의해 설립됐다. 이후 한스 폰 뷜로,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같은 지휘자들을 거치며 풍부하고 화려한 음색,뛰어난 테크닉으로 세계 클래식계의 정상에 올라섰다.

현재 베를린 필을 이끄는 래틀은 1955년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뒤 1974년 존 플레이어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베를린 필에는 2002년 취임했고 올해 4월 단원들의 중간평가를 거쳐 2018년까지 예술감독 지위가 보장됐다. 래틀은 베를린 필 고유의 음색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가 오기 전까지 지휘를 맡았던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등은 뛰어난 마에스트로이긴 했지만 자신의 색깔을 일방적으로 오케스트라에게 입혔다. 반면 래틀은 민주적인 오케스트라 운영으로 단원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래틀은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음악 레퍼토리로 베를린 필을 세계 음악계의 정상에 올렸다. 그가 오면서 베를린 필은 전통 클래식만 고집하는 보수적인 단체가 아니라 현대 음악을 적극적으로 대중화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번 공연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00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금호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열한 번째 무대다. 45만원(VIP석)의 고가 입장료로 화제를 모았지만 재단에 수익이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 클래식 공연 시장 규모가 작고 유료 관객도 많지 않아 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1~2차례로 제한된다. 항공료.숙박비 등 부대 비용의 비중이 높으니 관람권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도 크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베를린 필과 계약한 3년 전에는 유로화 환율이 1260원이었지만 지금은 18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7만~45만원.

(02)6303-770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