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을 입은 '꿈의 언어' … 김경주 두번째 시집 '기담'

김경주 시인(32)의 두 번째 시집 <기담>(문학과지성사)은 파격적이다. 작품 42편은 '장'이 아니라 '막'으로 나뉘어져 있다. 'J.밤이면 내가 쓰는 언어는 짐승의 빛깔이고 새벽이면 내 언어는 식물의 빛깔이 됩니다'로 시작하는 일인극을 위한 대본 <프리지어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같은 작품도 있고,<연출의 변>도 있어 여느 시집과 다르다.

그는 "언어의 속성을 실험하기 위해 언어극의 형식을 받아들였다"며 "첫 시집에서 세계가 기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언어 자체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공연이나 영화 대본에서 시적인 부분을 일부 차용했다는 <곤조GONJO><다섯 개의 물체주머니를 사용하는 자연 시간> 외에도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다. <팬옵티콘>은 '말의 동굴 속에서 하루 종일 색연필 껍질을 벗기다가 몇 개의 색을 뜯어 먹고 나의 해동에 참여한다' 같은 문장을 죽 늘어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단어를 바꾸어서 다시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쉽게 이야기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지도 않고,상징과 은유로 스민다고 해서 소통이 안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김씨의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계숙씨는 "꿈의 언어이며 언어의 꿈,프랑켄슈타인어"라고 해설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