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정희원 원장 "대학병원의 70% 비용으로 서민에 최고의 의료서비스"

인터뷰/ 정희원 서울시립보라매병원장

"208명의 의사 중 대부분이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중증의 서민·중산층 환자를 서울 시내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의 70% 수준의 비용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병원이죠."서울대병원이 위탁 경영하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정희원 원장(58)은 "서울시 의회가 조례로 치료비를 묶어 놓으니 임의로 인상할 수 없다"며 "그만큼 단 몇십만원의 치료비도 아쉬운 서민층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다소간의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이에 호응해 뇌종양 제거 수술의 경우 서울대병원은 2인실 10일 입원 기준에 1000만원 선인 반면 보라매병원은 500만원 정도만 받고 있으며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500병상 이상 규모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기관 평가에서 전국 시립병원 최초로 15개 전 분야에서 '올A'(전국 10위권)를 받을 정도로 의료서비스의 질도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오사카의 4대 대형 병원인 오사카시립병원처럼 의료진과 시설이 훌륭하면서도 치료비는 저렴한 공공병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이라크와 몽골의 보건의료 전문가 및 성남시 의회,인천의료원 관계자들이 찾아와 벤치마킹했다"고 덧붙였다.

보라매병원은 1955년 시립 영등포병원으로 출범해 1987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해왔으며 1991년 현재의 위치에 300병상을 지어 재탄생했다. 올 6월엔 380병상 규모의 신관을 완공,총 577병상을 갖춘 중증 질환 전문치료병원으로 새 출발했다. 대다수 의사가 서울대병원에서 전임의 이상 과정을 마쳤고 과장급들은 서울대 의대 교수직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서울시 지원 포함)는 91.1%에 달했고 병상이용률도 90%를 웃도는 등 공익성과 함께 수익성도 조화시켜나가고 있다. 정 원장은 "보라매병원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치료 수준이 높다는 것"이라며 "공공병원으로는 유일하게 8병상 이상의 뇌졸중센터를 갖추고 가장 빠르게 진단·치료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밖에 무릎 척추 엉덩이 손 발 등 5개 부위의 관절 질환을 원스톱 치료하는 관절·척추전문센터는 최신 내비게이션 및 내시경시스템으로 정교한 수술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고출력 HPS레이저는 기존 KTP레이저보다 전립선비대증 치료효과가 우수해 호평받고 있다. 복강경 수술을 대신한 수술로봇 '다빈치'와 당뇨병성 망막증 및 황반변성 등을 치료하는 PASCAL레이저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완공된 신관은 특실부터 4인용 다인실까지 전동침대를 구비하고 있으며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는 휴식공간인 아트리움도 갖추고 있다. 4개의 치유정원과 인접한 보라매공원은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한다. 그는 "내년에 본관 및 별관 전체,신관 일부를 리모델링해 암센터를 구축하는 등 열악한 진료시설을 확충하고 병상을 총 900개로 늘릴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서울 서남권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메트로폴리탄인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공공병원이 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뇌종양 수술 전문가인 정 원장은 병원경영 외에 학계에서도 오피니언 리더다.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2013년 세계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를 서울에 유치했고 내년부터 서울대회 종료 때까지 4년간 세계학회장 겸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