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10월부터 한국 주식 매입 시작, 아직 바닥이라고는 확신 못해"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한국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빠르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의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이란 주제의 기조 연설과 기자 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저스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주식 매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지난 10월 중순부터 한국과 중국 대만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아직 주식시장이 바닥에 이르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바닥에 이르겠지만 내년과 2010년에도 어려움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보장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보다 신속하게 금융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국제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은 부도가 났으며 이젠 아시아가 금융 중심지이자 세계 경제의 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각종 규제를 풀면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신속한 금융 정책을 펴지 못해 이미 기회를 놓쳤으며 중국과 홍콩은 정부의 규제라는 리스크가 존재하고 싱가포르는 작은 경제 규모라는 취약점을 안고 있어 한국의 경쟁력이 높다"는 게 그의 평가다.

로저스는 최근 상황에서 투자 유망 종목으로 농산물 등 원자재 상품을 꼽았다. 그는 "이런 경기 침체기에는 원자재 상품이 가장 타격을 덜 받기 때문에 상품 투자가 유망하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농산물 상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에 대해선 "지난 1980~1990년대 정점을 찍었으며 앞으로 10~20년간은 채권시장에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달러화 투자와 관련해서는 "달러화를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팔아치우라"고 권고했다. "달러화는 이미 고점을 찍었고 장기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로저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관련,"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통화 발행과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이는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일본이 1990년대 파산 위기의 여러 금융회사를 구제하려다 '잃어버린 10년'을 맞은 것처럼 이번 위기 역시 혼란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