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수능 가채점해보니…] "중위권은 훨씬 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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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탐 '경제' 특히 까다로워 … 43점이면 1등급
수리 '나' 1등급 커트라인 '가'보다 낮아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모의고사 '수리 가'와 '나' 영역에서 90점 이상을 맞던 학생들의 점수가 70~80점대로 폭락하면서 수리 가와 나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원점수)이 지난해 비해 21점 정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당초 수리 가보다 쉬운 것으로 예상됐던 수리 나의 1등급 커트라인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서울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들에 따르면 이날 가채점을 한 학생들은 성적대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흔들림없이 최고득점을 유지한 반면,중상위원 학생들의 성적은 예상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조효완 은광여고 3학년 담당 부장교사는 "수능 변별력이 높아져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 낙폭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중위권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입시의 키워드인 수리영역은 1등급 커트라인이 지난해보다 21점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입시 기관들은 수리 가형이 어려웠다고 분석했지만 일선 고교들은 수리 나형의 점수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사는 "현장에선 수리 가 못지 않게 수리 나의 점수가 낮게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98점이었던 수리 나의 1등급 커트라인이 올해는 79점 선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어려웠던 수리 가의 경우 1등급 커트라인은 81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입시기관들이 분석한 80점과 같은 수준으로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의 낙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인창고 임병욱 교사는 "최상위 학생의 경우 만점자도 있다"며 "수학경시대회에 입상할 만한 수준의 학생들은 수리 가에서도 고득점을 받을 수 있어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확실하게 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능에서 어렵게 출제된 외국어 영역은 예상보다 가채점 결과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에게 특히 까다로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학 담당교사들은 입시기관들과 같은 수준인 95점에서 1등급 커트라인을 예상했다. 홍상기 영동고 3학년 담당 부장교사는 "만점을 받은 학생이 한반에 1~2명 정도"라며 "상위 5% 학생들은 성적을 잘 받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많이 떨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와 비슷해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언어 영역은 91점에서 1등급 커트라인 결정될 것으로 일선 고교에서는 전망했다. 도헌 중동고 3학년 부장교사는 "지난해 91점이었던 1등급 커트라인과 같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 같다"며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게 학생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진학 담당교사들은 1등급 커트라인이 45~46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가 어렵게 출제돼 43점에서 1등급이 결정되고,물리는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돼 1등급 구분점이 47점으로 높게 나왔다. 지구과학은 45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학교에선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진학 상담에 나서고 있다. 신동훈 휘문고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논술 등 정시 준비에 힘을 쏟을 것이고 중상위권 학생들은 수시 2학기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영외고 진학담당교사는 "이번 수능은 변별력 확보에 크게 신경을 쓴 시험으로 보고 있으며 정보가 많아 지도가 수월해졌다"면서 "학생 개인 상담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출제와 채점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7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www.kice.re.kr)를 통해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26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수능성적은 다음 달 10일까지 수험생들에게 통지되며 성적표에는 영역ㆍ과목별 등급과 표준점수,백분위의 정보가 제공된다. 수능시험 이후에는 대학별로 수시 2학기 및 정시전형 일정이 내년 2월 초까지 진행된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