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ㆍ英도 경기부양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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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조8107억원ㆍ영국 150억파운드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합의한 직후 대만과 영국 등이 속속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 대만은 전국의 88%에 해당하는 가구에 상품권을 나눠주기로 했고,영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를 실시키로 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재정자금이 경기부양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 가구당 42만원 상품권 준다
총 2조8100억원 규모…소비위축 확산 차단대만 정부는 연간 소득 120만대만달러(5110만원) 이하인 가구에 대해 가구당 1만대만달러(42만원)어치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중국 잡지 차이징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대만 전체 가구의 88%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출되는 정부 예산은 660억대만달러(2조8100억원)로 추정된다. 상품권 제공 시기는 내년 3월 이전으로,춘절(春節ㆍ음력설) 즈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은 6개월 또는 1년을 유효기간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이번 조치는 일본이 최근 총 2조엔(29조원)어치의 상품권을 가구별로 나눠주기로 한 것과 유사한 부양책으로,올해 소비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될 만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대만의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3.2%)보다 크게 둔화된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정부는 이와 함께 인프라 건설을 늘리고 감세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는 대만 정부가 당초 예상한 GDP 대비 1.8%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 재정부의 리처드 류 국장은 "지금은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크게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의 측면 지원도 받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이날 후난성 샹탄에서 열린 '제4회 후베이성-대만 경제무역교류협력회'에서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크게 늘리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대형 건설 공사에 대만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대만 기업에 자금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 감세ㆍ공공지출로 GDP 1% 푼다
150억파운드…적자재정 가이드라인 완화
영국 재무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에 세금을 감면해주고,학교 병원 도로 등의 공공시설 건설을 확대하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고 더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공공 프로젝트 건설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4일 예비 예산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이 부양책 규모는 150억파운드(31조1901억원)로 추정되며,이는 영국 GDP의 1%에 해당된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2010년과 2011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경기부양책은 1929년 대공황 당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출을 주창한 데서 비롯된 케인스식 부양책에 해당된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10년간 지켜온 노동당 정권의 재정정책 원칙(균형재정:공공부채를 GDP의 40% 이내로 유지)을 폐기,경기부양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영국 정부는 특히 적자재정 운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산업연합회(CBI)는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이날 BBC방송이 전했다. CBI는 지난 9월만 해도 내년에 영국 경제가 0.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CBI는 당초 영국의 경기침체가 짧고 얕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제는 길고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은 4분기에도 성장률이 ―0.8%에 그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