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로디시나 AT커니 회장 "전세계 동반불황에서 보호무역은 자살행위"

"전 세계가 동반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를 펴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때로는 경제적으로 말이 안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폴 로디시나 AT커니 글로벌 회장은 1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특별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G7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2~3% 감소하고 신흥국가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현 경기침체가 18~24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호무역이 확산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데 대한 경고다. "이미 BDI(발틱운임지수)가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전 세계 무역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도 곁들였다. 로디시나 회장은 이어 "1989년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해낼 수 있었지만 2009년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해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며 "만약 중국의 내수 시장이 발전하면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경우 중국은 전 세계 경제위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화폐 발행을 계속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등 '아르헨티나화(化)'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유동성 과잉과 달러화 약세만 심화돼 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디시나 회장은 "세계화와 소비패턴,인구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미래 성장의 원동력을 가늠할 수 있다"며 "기술과 혁신이 변화를 이끌어내고 고령화,성별 불균형,개도국 젊은층의 폭발적 증가 등 인구 형태가 시장 상황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자원고갈,천연자원 가격 상승,기후변화 규제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해야 할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선 기업들이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낙관적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설정한 뒤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