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인트'의 지혜

이명천 <중앙대 교수ㆍ광고홍보학>

세계적인 경기불황 여파가 물가상승,소비침체,고용불안 등으로 가시화되면서 갈수록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때 소비자들은 가계부담을 줄이고자 꼭 필요한 소비까지도 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기가 위축돼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길어지는 것이 불황 장기화의 메커니즘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한 벤처기업은 전기 자동차를 무료로 주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자동차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원리를 살펴보니 창의성이 기발하다. 전기 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어려운 점은 배터리 값이 비싸고 자주 충전을 해줘야 하기 때문인데 이 벤처기업은 배터리의 소유권을 갖고 배터리를 운전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초기 구매 부담을 낮췄다. 또한 전국에 주유소처럼 충전소를 세워 충전의 문제도 해결했다. 자동차는 무료로 렌털해주고 배터리 사용료와 충전비로 기업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짜 사업 모델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08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공짜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한 정수기 업체가 정수기를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월 일정금액 이상만 사용하면 한 달 렌털료와 맞먹는 금액을 돌려줘 사실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무료 정수기가 가능해진 데는 포인트 경제학이 숨어 있다.

포인트 자체가 수익원천이 되도록 한 무료 정수기 사업모델은 수익 지대를 이동시킴으로써 공짜렌털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소비자는 무료로 제품을 사용하고 제휴카드사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 카드회원을 유치할 수 있으며 정수기 업체는 카드사의 비용으로 로열티를 높여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어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고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한다. 하지만 무조건 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매출을 위해 과도한 출혈경쟁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소비자는 지혜로운 소비를 통해 길고 어두운 불황의 터널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현명함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