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합병에 시장반응은 '싸늘'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신규 투자가 불안해진 가운데 상장사 합병이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반응은 싸늘하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합병이 진행중이거나 종료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의 에스씨에프 등 모두 20개 업체가 넘는다. 그러나 합병 기대감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들 업체 주가는 일시 급등 이후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오스텍은 지난달 24일 차병원그룹의 유명 바이오업체 차바이오텍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디오스텍의 주가는 차바이오텍 합병발표 전날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6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4번 기록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디오스텍은 현재 합병발표일 종가(4765원)에 근접한 4800원대까지 떨어져 제자리로 돌아왔다. 최근 동아제분 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 접수를 마감한 유가증권시장의 에스씨에프는 주가가 오히려 합병당시 보다 하락했다.

동아제분 합병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했던 에스씨에프 주가는 당초 4000원까지 돌파했으나, 장중 3000원선이 무너지는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보더스티엠은 12월2일 공시를 통해 패트로비젼 흡수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대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4000~5000원을 오가던 주가는 830원까지 추락했다. 철강재 유통업체인 넥스앤스틸을 소규모 합병키로 한 제일제강도 주가흐름은 마찬가지다. 제일제강과 넥스앤스틸 합병비율은 1대3.9669333주로,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합병교부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제일제강은 공시에서 "합병을 통한 수익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로 기업가치 증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합병이유를 설명했었다.

제일제강 주가는 1320원에 거래되던 것이 장중 1145원까지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증시전문가들은 "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합병효과가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주주가치 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게 통상 합병의 목적이지만, 발표 당시에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합병 기대감이 주가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어 기업가치에 합병 효과가 반영되기 전까지 지켜보며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