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경매 쏟아진다] 꽁꽁 언 경기…법원으로 넘어간 공장 석달새 두배

수도권 8월 44건서 지난달 84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목내동에 있는 한 기계부품업체 D사.지난 4일 반월공단에 있는 D사 공장을 찾아가니 정문에는 전기,수도,전화를 끊는다는 고지서가 붙어있었다. 쇠사슬로 굳게 잠긴 출입문 틈으로 들여다보니 황량할 뿐이었다. 앞마당에는 남은 목재와 철판이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K씨는 "지난 5월께 회사가 망하고 사장이 도망갔다"며 "공장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살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값이 절반이나 떨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공단마다 매물 증가는 물론 급기야 불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전광판 전문업체 I사 공장에서 만난 생산직 직원 박씨는 "지난 8월 부도가 나 일부 직원들만 남아 샘플이나 만들면서 소일하고 있다"며 "공장도 이미 경매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마침 서류 정리를 위해 회사에 들른 대표 O씨와 마주쳤으나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며 거칠게 대꾸하곤 자리를 떴다.

단원구 원시동 S부동산 관계자는 "반월과 시화공단을 합쳐 공장매물만 50여개 정도 나와 있다"며 "경기침체로 공장마다 일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돌아오는 결제일이나 은행대출 만기일자 등에 떠밀려 공장을 내놓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컨베이어벨트 부품 생산업체인 I설비 관계자는 "11월부터 일감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최근 거래처 3곳이 갑자기 문을 닫은 뒤 회사 대표가 잠적하거나 결제대금을 미루고 있어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반월·시화공단과 함께 수도권 핵심 공단으로 꼽히는 인천 남동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잔동에서 작업복을 생산하는 I종합물산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에 3~4일만 일하는 공장도 수두룩하다"며 "일감이 줄어든 탓인지 작년에 비해 (겨울 작업복) 주문량이 3분의 2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천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최근 GM대우의 조업중단 등 경기불황이 본격화되면서 4000여개 입주기업 가운데 최소한 10% 이상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내년도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우려되는 만큼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동공단 T컨설팅 관계자는 "엔화대출을 받은 상당수 공장들이 엔고 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공장 경매물건들은 법원경매절차를 거쳐 통상 6개월 정도 걸려 나오는 만큼 내년 초부터는 지금보다도 공장 경매물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화·반월·남동공단=이정선/임기훈 기자
고희석/강해림 인턴(한국외대)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