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상원직 팝니다"…일리노이 주지사 기막힌 매관매직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대형 사고'를 쳤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다가 덜미가 잡혔다. 당선인측은 이와 무관하다고 펄쩍 뛰었으나 여기저기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9일 이같은 미국판 '매관매직' 혐의로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를 체포해 기소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일단 법원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검찰은 "그가 워낙 독직과 비리로 점철돼 있어 무덤 속의 링컨이 돌아누울 정도"라고 혀를 찼다.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는 FBI요원들 조차 수사과정에서 포착된 주지사의 대화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상원의원직 거래에 나선 것은 자신의 주지사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 조성이 목적이었다.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으면 본인이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2016년 대선에 출마할 야심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석인 상원의원 자리는 일리노이 주지사가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블라고예비치의 독직과 비리는 캐면 캘수록 딸려나오는 '고구마 덩쿨'이다. 그는 지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을 소유한 트리뷴그룹 경영진에 자신과 관련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 온 시카고트리뷴 편집진을 해고해주면 주정부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 17만달러에 달하는 연봉이 적다면서 비영리재단이나 노동조합과 연관된 단체 등에서 30만달러 가량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를 물색해왔다. 아내를 연봉이 15만달러인 기업 이사 자리에 앉히려고도 했다. 자신의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에 도로와 병원 건설 등 주정부 발주계약을 나눠주고 공직에 임명하는 특혜도 베풀었다.

검찰은 수사자료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이 블라고예비치와 후임 상원의원을 임명하는 문제로 협의를 했거나,블라고예비치의 비리 내용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캠프도 민주당 전당대회때 그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등 상당한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폭스뉴스와 CNN 등 주요 방송사들은 두 사람의 관련성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당선인이 블라고예비치와 악수를 하는 사진을 포함,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한 장면을 계속해서 방영했다. AP통신은 오바마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사람으로 백악관 요직인 여론담당 국장에 내정된 마이클 스트라우트매니스가 블라고예비치의 참모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공화당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태세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번 비리의 본질은 블라고예비치와 오바마 당선인,차기 대통령을 위해 일할 고위직 인사들의 상호관계"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