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토플' 국가 영어시험 2012년 첫시행

수능 영어시험 대체는 유보 … 사실상 '없던일로'

2010년부터 초교 영어수업 주당 1시간씩 늘어토익.토플을 대체할 국가공인 영어시험이 2012년 처음 시행된다. 그러나 이 시험으로 대입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겠다던 당초 계획은 유보됐다. 또 2010년부터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이 주당 1시간씩 늘어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칭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2012년 시행하고 초.중.고교 영어 수업시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영어교육 주요정책 추진방안'을 18일 발표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3등급으로 실시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읽기.듣기는 물론 말하기.쓰기 능력까지 평가하는 인터넷 기반 시험(IBT)으로 개발된다. 난이도와 시험의 목적에 따라 1~3급으로 나눠 개발되는데 1급은 대학 2~3학년 수준의 영어로 취업이나 해외유학을 위한 시험이며 토플 토익을 대체하게 된다. 교과부는 이 시험이 일본의 국가공인영어시험 '에이켄(EIKEN)'처럼 미국 대학들로부터 공인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고교생의 학력평가를 위해 개발되는 2급과 3급 가운데 2급은 영문과 등 영어가 많이 활용되는 대학 학과에 필요한 수준,3급은 실용영어를 활용하는 등 일반 학과 수학에 필요한 수준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내년에 문제은행 구축 등 시험 개발을 마쳐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예비시험을 치르고 2010~2011년 시범 시행한 뒤 2012년부터 정식으로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2013학년도부터 이 시험으로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하겠다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는 교육계의 논란이 많아 일단 유보됐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시험이 공교육 수준에서 만족할 만할지,수능을 대치할 수 있을지 그때(2012년)가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예고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2015년까지는 수능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2012년까지 대학들이 입시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수준으로 시험을 개발한다는 게 교과부의 내부 목표"라고 말했지만 교육계에서는 수능을 대체한다는 인수위안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어 수업시간 확대

교과부는 영어교육도 강화키로 했다. 영어 수업시간이 초등 3~4학년은 현재 주당 1시간에서 2010년부터 2시간으로,초등 5~6학년은 주당 2시간에서 2011년부터 3시간으로 각각 1시간씩 늘어난다.

초등 영어수업 시간 및 중.고교의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에 따라 내년부터 영어회화 전문 강사제도 도입된다. 교사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영어 능통자나 외국 유학 등으로 영어가 능통한 교사자격증 미소지자 가운데 선발되는 전문강사들은 교원이 아닌 전문강사 자격으로 최대 4년간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선발 규모는 초등학교에서 최대 4000명으로 교과부는 내년 중 선발해 일정기간의 교육을 실시한 다음 2010년부터 각 초등학교에 배치할 계획이다. ◆사교육 조장 논란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수능도 난이도가 해마다 달라 논란이 일고 있는데 난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시험을 만들 수 있을지 관건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 평가시험 도입 전 1000여명을 대상으로 모의 시험을 실시한 결과 서로 다른 날짜에 평가를 받았어도 똑같은 점수가 나오도록 하는 난이도 조절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석환 교과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장은 "1회 5만명,한 해 10회 등 연간 50만명이 치르는 시험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익.토플 업체인 미국 ETS의 한국법인인 ETS코리아 이용탁 대표는 "토플 iBT 시험 개발은 1000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으로 10년가량이 걸렸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수영 아발론교육 소장은 "말하기.쓰기 영어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많아야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교사를 먼저 길러내고 시험을 도입하지 않는 한 사교육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도 "학생들이 토익.토플,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1급과 2급,수능 등 여러 가지 영어시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웅/이상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