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2009 업무보고] 회계기준 바꿔 기업들 換평가손실 줄여준다

정부는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들의 환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비상장 중소기업은 지난 6월 말 환율로 결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8일 "환손실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익은 줄어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생존마저 위협받는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환손실 부담을 덜 수 있게 가능한 회계처리방법을 모두 동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손익계산서에 실제 현금흐름이나 수익과 무관한 가공의 환산손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은 모두 네 가지다. 상장사와 비상장 대기업에는 △기능통화 회계제도 도입 △외화차입금에서 발생한 손실을 자본항목으로 처리 △유형자산재평가 등을 허용키로 했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2008 회계연도에 한 해 6월 말 환율로 결산할 수 있게 특례조치를 취했다. 기능통화제도는 해운회사,차입금손실 자본처리는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 해운 철강 유화,자산재평가는 땅이 많거나 배 비행기 등의 대형설비를 보유한 회사들에 큰 수혜를 주게 된다.

금융위는 세부방침을 연내 확정해 내년 1월까지 회계처리 기준 개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상장사와 비상장 대기업에 적용되는 세 가지 조치는 2011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허용하고 있는 방안을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외화차입금 환산손익 미반영조치는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환손실을 차입금으로 인해 얻게 되는 미래의 수익으로 상쇄되는 '헤지'로 인정해 손익에는 반영하지 않고 자본항목에만 계상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조치에 따른 외환환산손실 미반영 규모를 최대 10조원으로 추정했다.

자산재평가는 취득가로 장부에 기재된 토지 건물 기계설비 등의 기업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10년 만에 허용되는 조치다. 재평가차액이 자본잉여금으로 유입돼 자본총계가 증가하기 때문에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에 유용한 조치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자산재평가가 이루어지면 상장사들의 토지재평가 차액만 최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KT가 4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전(2조8000억원) 포스코(2조2000억원) 롯데쇼핑(1조6000억원) 삼성전자(1조4000억원)등도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기능통화회계제도는 거래에 주로 사용하는 통화를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방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항공업체는 거래통화가 다양하고 외화거래 비중이 50~60% 정도여서 도입이 힘들겠지만 해운업체들은 수혜가 클 것"으로 진단했다.

또 비상장 중소기업에는 연말 고환율 대신 6월 말의 원ㆍ달러 환율(1043원)로 결산이 허용된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1만4700개 기업은 6월 말까지의 외화자산과 부채를 6월 말 환율로 계상하고,7~12월 발생한 외화거래만 연말 환율로 결산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금융위 조치를 반기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연내 자산재평가를,대한해운은 달러기준 회계장부 작성의사를 밝혔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용어풀이 ]

◆기능통화=거래할 때 주로 사용하는 통화를 말한다. 90% 이상의 거래를 달러로 하는 해운회사의 경우 달러가 기능통화가 된다. 해운회사에 기능통화회계제도가 도입되면 일단 자산과 부채를 모두 달러로 장부에 표시해둔 뒤 연말에 가서 그때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해 다시 기재하게 된다. 매입시점과 결산시점에 똑같은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손실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