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모셔라" … 대형세단으로 불황 넘는다

에쿠스 후속 VI, 베리타스·체어맨W와 한판 … BMW·렉서스 등도 플래그십 모델 강화


대형차는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이다. 고객 대부분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최상류층이어서 대형차 판매 실적은 회사 이미지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대형차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갖고 있는 최고 기술이 집약된다. 게다가 대형차는 판매 마진이 중·소형차에 비해 훨씬 높다. 수익성 측면에서 대형차는 자동차 회사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올해 잇따른 국산 신차 출시로 격화된 대형차 시장의 경쟁은 내년에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올 하반기 수입차 업체들이 대형 신차를 속속 내놓은데 이어,현대자동차가 내년 2~3월 에쿠스 후속모델인 VI(프로젝트명)를 출시한다. 새 모델은 늘어나지만 경기 침체로 판매는 크게 줄어든 상황임을 감안하면,자동차 업체들은 대형차 세단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잇따르는 국산 대형차 출시

현대차는 지난달 에쿠스가 단종됨에 따라 후속모델인 VI를 내년 2~3월께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형체(실루엣)가 공개돼 고객의 관심이 한층 높아진 VI는 내년 대형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VI는 차 길이(전장)가 5160㎜로 에쿠스에 비해 40㎜ 길어진다. 차 넓이(전폭)와 높이(전고)도 더 커진다. 바퀴굴림도 국내외 거의 모든 고급 세단들이 채택하는 후륜 구동 방식이다. 서스펜션과 조향장치,제동장치 등 개별 전자 제어시스템 간의 신호를 통합해 제어하는 '차량 통합제어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다. 차선 색깔을 인식해 차선 이탈 여부를 감지하는 '차량이탈 감지시스템'도 장착된다.

VI는 3.8 람다엔진과 4.6 타우엔진을 탑재한 두 개 모델이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4.6ℓ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Wardsauto)가 선정하는 '2009 10대 최고엔진'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에는 5.0ℓ와 3.8ℓ 리무진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I 출시에 대응해 GM대우와 쌍용차는 기존 대형 세단의 마케팅을 강화해 수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GM대우는 지난 10월부터 베리타스를 판매하고 있다. 베리타스는 GM계열사인 호주 홀덴에서 조립되지만,GM대우는 이 차를 출시하기 전 한국 디자이너를 홀덴으로 파견해 한국인 체형과 기호에 맞게 실내 인테리어를 꾸몄다. 베리타스도 후륜구동 방식이다. 수동 전환이 가능한 5단 자동 변속기와 3.6ℓ 얼로이텍 V6 엔진이 장착돼 승차감을 높였다.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 거리)가 3009㎜로 국산 대형차 중 가장 길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게 설계됐다는 얘기다. LED(발광다이오드) 시그널 램프,크롬 장식 계기판 등 최신 사양도 장착됐다.

지난 2월 시장에 나온 쌍용차의 체어맨W는 CEO를 타깃으로 한 차다. 3.6ℓ와 5.0ℓ 모델에 이어 지난 9월부터 3.2ℓ 모델이 추가됐다. 벤츠 5.0ℓ 엔진을 장착한 최고급 모델은 국산차 최초로 가격이 1억원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벤츠 7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무릎 보호 에어백,3세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멀티링크 서스펜션,무단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첨단 사양이 채택됐다.

◆수입차도 플래그십 라인업 강화수입차도 대형 세단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BMW는 7시리즈 새 모델을 내놓았다. 750Li와 740Li 등 두 가지 모델이 있다. 뒷좌석이 비행기 일등석 이상의 안락함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렉서스는 지난 10월 뉴 LS460 AWD를 출시했다. 사륜구동 방식이다. 10개의 에어백과 각종 안전장치를 제어하는 '차체 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차량 안정성이 높다.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5000만원대의 대형 세단인 링컨 MKS를 내놨다. 중후하면서도 젊은 감각이 특징인 링컨 MKS는 감속 주행 연료차단시스템 등을 도입해 연료효율을 높인 게 장점이다.

아우디는 올 2월 최고급 세단 A8의 페이스리프트(부분 개선) 모델을 출시했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인 FSI엔진이 장착된 모델 4종,디젤 직분사 엔진인 TDI엔진이 장착된 모델 1종 등 모두 7개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차체가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벼우며,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8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