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준칙 '과잉규제 논란'] 상품설명에만 1시간 넘게 걸려 투자자 불편

적립식 펀드·개인연금도 투자원유 제한돼
업계 "투자자 성향 파악 지나치게 획일적"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사실상 주식형펀드나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은 팔지 말라는 과잉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준칙의 핵심인 투자자의 성향에 적합한 금융상품만 권유해야 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위험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투자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식형펀드나 파생상품은 스스로 가입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소개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되고 금융상품 하나 드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내달 4일 준칙이 적용되면 영업 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권유를 못하게 돼 투자자들에게 '이런 상품이 나왔다'는 소개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준칙이 마련한 투자자 유형과 이에 적합한 금융상품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어서 고객이 스스로 지점을 찾아가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준칙은 특히 65세 이상이면서 파생상품 1년 미만 투자자에게는 파생상품 권유를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조항까지 담고 있어 금융회사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 유형을 7문항으로 나눈다는 점도 매우 조악하고 고객들의 설문 결과와 기대수익률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보수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하면서 기대수익률은 높게 본다"며 "위험 상품에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도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안정형으로 나와 펀드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자산관리 담당 임원은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자산 배분을 중시해 왔지만 이번 준칙은 이런 고려 없이 만들어져 투자문화를 오히려 후퇴시킬 것"이라며 "심지어 공격투자형이 아니면 주식형펀드 적립식 투자나 개인연금 투자 권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자 성향 파악은 물론 상품 세부사항까지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강화돼 펀드 하나 드는 데 최소 1시간에서 1시간3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금융회사로서 적지 않은 부담이고 투자자도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맞지만 요즘은 고객들 중에 이미 펀드 상품에 대해 잘 아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 길게 설명을 하려고 하면 짜증부터 내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준칙을 유의사항 고지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완화하고 실제 시행까지 유예기간을 두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준칙 적용을 1개월 남기고 표준안이 나와 직원 교육 등 이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며 "영업창구엔 대폭적인 변화를 요구하면서 유예기간조차 주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과거보다 펀드 등 위험상품을 팔기 위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불완전 판매를 해소하기 위해선 표준투자권유준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