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국인 '쌍끌이' 매수에 1150선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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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재에 '반색'…ITㆍ은행 등 대형주 동반강세증시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며 설연휴에 나왔던 해외발 각종 호재성 재료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급등했다. 28일 코스피지수는 64.58포인트(5.91%) 뛴 1157.98에 장을 마쳤다. 세계 5위의 D램 반도체업체인 독일 키몬다 파산,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그린카 정책,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 진정,우리 정부의 부동산 3대 규제 완화 기대감 등 긍정적인 재료들을 발판으로 지난달 8일(7.48%)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올 들어 첫 '급등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문가들은 연초 수준인 1157선에 오른 코스피지수는 향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지수 하락에 대한 저항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재성 재료 겹쳐 연초 주가 회복
이날 3% 가까이 오른 수준으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폭을 계속 키워갔다.
키몬다의 파산 신청 소식이 반등에 불을 붙였다. 반도체 공급 과잉 해소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하이닉스가 상한가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10% 넘게 뛰었다. 지난주 증시를 압박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진정세를 보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로 급등한 것과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즈가 긍정적인 실적전망을 내놓은 게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 우리금융이 상한가에 근접한 14.29% 급등한 것을 비롯 하나금융 KB금융 신한지주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정부와 여당이 강남 3구의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민간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지방 미분양 아파트 전매 제한 완화 등 부동산 3대 규제를 다음 달부터 완화할 것이란 소식에 건설주가 탄력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주들이 크게 뛰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린카 정책은 하이브리드카 관련 종목을 끌어올렸다. 삼화콘덴서 삼화전기 삼화전자 등이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뛰었고 LG화학도 엿새 만에 반등해 6.84% 상승했다. LG화학에 대해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2011년에야 제너럴모터스(GM)에 하이브리드카용 2차전지를 납품하기 시작하고,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 눈높이는 낮춰야
이런 호재들에도 지수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속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힘에 부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과 건설주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황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손실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은행주 주가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함께 움직인다"며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국면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에만 머물고 있는 막대한 유동성이 결국 대출을 통해 시중에 풀리겠지만 이는 상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부도와 같은 비정상적인 경우까지 감안해 낙폭이 컸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당분간 시장 대비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 신영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더 강해졌다는 점에 무게를 두라고 입을 모은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과 같은 메가톤급 악재가 아니라면 지수가 급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증시의 내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기업들의 파산과 감원이 이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깨고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문혜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