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시ㆍ경기도 버스 서비스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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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여기 용인 가는 버스가 정차하나요?" "노선도 보세요. ""여기서 정차한다는데 노선도를 찾을 수 없어서요. "28일 서울 잠실역 버스정류장.한 시민이 경기도 용인행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여기저기 묻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분명 여기에서 용인행 버스를 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노선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버스정류장 어디에도 용인행 버스의 노선도는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서울시에 물었다. "용인행 버스는 경기도 소속 버스라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왔다. 무책임하기는 경기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하루 동안 서울시와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264개 노선,3668대에 달한다. 하루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서울과 경기도를 오간다. 그런데도 해당 지자체 누구도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버스 노선도는 해당 지자체 소관이므로 경기도 버스까지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기도는 "여러 시 · 군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도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횡포"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버스 정류장에 노선도가 붙어 있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늘어놨다.
경기도 관계자는 "힘들여 노선도를 붙여도 서울시내 정류장을 관리하는 용역업체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떼어버려서 노선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노선도를 일부러 떼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오히려 노선이 신설 · 변경돼 고쳐주려고 해도 경기도에서 얘기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책임을 돌렸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서민행보'가 화제다. 김 지사는 '1일 택시기사'로 일하면서,오 시장은 서민아파트를 찾아 서민들을 위한 시정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단체장의 서민 껴안기 행보가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두 지자체가 서민들의 발인 버스행정서비스를 놓고 서로 핑퐁게임만 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