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2분기 경제 더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과감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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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원탁대화이명박 대통령은 30일 100분간 진행된 첫 TV토론에서 경제와 교육, 대북, 인사 등 각 분야 현안에 대해 당당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논란을 빚고 있는 김석기 경찰청장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인사를 하면 누가 일을 하겠나"라며 "지금은 내정을 철회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남북합의서 폐기 발언을 통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미국과 한국이 신뢰가 없을 때 나오는 것이며 이제 통미봉남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는 정갑영 연세대 교수와 서울대 조국 교수,경희대 김민전 교수,탤런트 박상원씨 등 4명이 나섰다. 토론은 크게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 등 두 가지에 모아졌다.
◆일자리 및 경제살리기▶녹색 뉴딜 정책을 장기적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방송 · 통신 융합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17개 사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 나라는 고학력자가 너무 많다. 다들 대학에 가니까 다른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젊은이들은 도전해야 한다. 지방 · 중소기업에 가서 일하라.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지방 중소기업에서 2~3년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 우선 채용을 건의하겠다. "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발전 대책 등 선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경제가 어려울 때 투자할 곳을 두고 투자를 막으면 안 된다. 단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지방에 옮기면 지방세와 토지세를 줄여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면 된다. 수도권 규제는 해야 할 건 했다. "▶정부의 친기업 표방이 기업 범죄를 방조하는 정책으로 발현될까 걱정이다.
"먼저 윤리적 기업 비리가 사라져야 한다. 대선에서 대기업이 돈을 대는 것이 없어졌다. 난 신세진 것 없으니 부탁을 당당히 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주장하는 최종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엄격히 따지면 나는 친고용주의자다. "
◆부동산 · 구조조정▶기업 구조조정이 기대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 국가 기간산업이 중요하지만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위반이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 지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저리 융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WTO 기준 위반을 면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여러 검토를 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주로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지난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했는데 이번엔 미흡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땐 우리가 파산국가였고 기업들이 거의 부도가 나서 죽은 기업들이었다. 지금은 살아 있는 기업들이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을 통해 구조조정해야 해서 어렵다. 2분기에 더 어려워지면 은행,금융감독원에서 속도를 내고 좀 더 냉정하고 과감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지는 정부가 오는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키로 한 4대강 유역사업을 '녹색도박'이라고 표현했다. 대규모 투자는 토목보다 지식과 사람에 집중돼야 하는 것 아닌가.
"설사 경제위기가 없었더라도 4대강 개발은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이다. 울산 태화강이 좋은 예다. 공장을 세워 일자리는 늘었어도 강이 썩어 울산은 환경적으로는 최악의 도시였다. 강을 정비하니까 갈수기도 없어지고 문화 · 관광 · 서비스 산업이 일어났다. 오바마 정부도 당장 시급한 근로자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로 포장과 교량 수리에 나섰다. 비상 시기에 가장 힘든 건 일용직 근로자다. 단순히 14조원짜리 토목공사로만 보면 안 된다. "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임금도 낮춰야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오르는 정책을 쓰는 것 같다.
"임금이 떨어지면 집값도 떨어져야 한다. 집값을 올릴 생각이 없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이 어려운 이유가 주택값이 안정되지 않고 계속 내려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집값이 비싸서 아직 더 떨어져야 한다. 정부가 구상하는 임대주택 사업 등은 과거에 비하면 아주 싼값에 집을 공급하는 것이다. 주택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쓴다는 것은 오해다. "
◆기초질서 · 대북관계
▶최근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정부가 대화 없이 강경책만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용산 문제는 경찰과 철거민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있어선 안 될 사건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끝까지 합의되지 않은 10~15%의 사람들을 위해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철거민들도 호소할 길이 없어 폭력단체에 의존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문제가 남아 있다. 청와대는 여전히 거취를 고민 중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법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소득은 중상위지만 법질서는 최하위다. 극렬한 노사문화와 거리시위 문화,북핵 때문이다. 모든 것을 폭력으로 해선 안 된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정치적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인사)하면 공직자들이 누가 일하겠나. 이 때문에 감사원에서 일 열심히 하다 실수하는 공직자는 책임을 면제하자는 원칙도 세웠다. "
▶내정 철회는 안 한다는 뜻인가.
"지금은 내정을 철회할 때가 아니다. "
▶오늘 북한 조통평에서 모든 군사적 협의를 파기하겠다고 했다. "조평통에서 강경 발언을 했지만 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남북은 조만간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다. 삐라 살포 등 자극은 피해야 한다. 한 · 미 간 신뢰가 쌓인 만큼 통미봉남이라는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고 본다. "
박수진/구동회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