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다르고 겉다른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원자바오,은행 부실채권 경계령…농업은행엔 300억불 투입
[한경닷컴]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실제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원자바오총리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은행들에 대해선 부실채권 경계령을 내렸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작년말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2.5%로 전년말보다 4.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0.8∼1.2%포인트 증가했을 것으로 메릴린치의 아리스테어 스카프 연구원이 추정했다.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작년 중국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2%포인트 정도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스카프 연구원은 중국 농업은행과 선전개발은행의 부실채권 7500억위안(150조원)과 94억위안(1조8400억원)등 일부 은행의 부실채권이 ‘탕감’된 것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발표에 착시가 생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원자바오 총리는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은행에 300억달러를 투입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는 농업은행의 부실채권을 털어내 주식제 은행으로 개혁하기 위한 것으로, 당초 예상된 공적자금 20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늘어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원 총리는 이날 방문중인 영국 런던에서 현지 진출 중국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대출을 늘려야 하는 당위성에는 변함이 없지만 은행들은 채권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앞서 류밍캉 중국은행감독위원장도 “은행들이 부실채권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등이 부실채권 경계령을 내린 것은 경기부양의 핵심요소가 은행의 자금이기 때문이다.중국 중앙정부는 이미 4조위안(800조원)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했다.원 총리는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추가부양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침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은행들의 자금이 경기부양에 더 많이 동원될 것이란 의미다.특히 약 14조위안(2800조원)의 경기부양 계획을 밝힌 지방정부들은 채권발행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은행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원 총리의 부실채권 경계령은 “경기부양이 가속될수록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피치의 중국 분석담당자인 원춘링)는 우려를 씻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조주현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