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표류하는 스마트 원자로

황경남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다지만 이미 개발률이 70%를 넘어섰고 향후 막대한 외화를 벌 수 있는 한국형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대한 투자마저 중단돼 안타깝다. "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4일 "스마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큰 관심을 표현할 정도로 외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앞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 원자로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열출력 330㎿의 중소형 원자로.국책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으로 개발해왔다. 연구개발을 마치고 해외에 원자로를 지으려면 700억원이 소요되는 기술검증을 통과한 뒤 1000억원을 들여 설계도를 제작해야만 한다.

지난해 초 스마트 프로젝트는 경제성 문제 등으로 정부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한때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유용성이 재평가되면서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정부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올해부터 4년간 기술검증 예산을 지원하되 설계도 작성을 위한 자금은 이 기술을 넘겨받아 외국에 팔기를 희망하는 기업에서 유치하기로 했다.

당초 교과부와 원자력연 측은 민간 자본 유치가 수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IAEA에서 향후 중소형 원전의 세계시장 규모를 3500억달러로 전망하는 등 스마트가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STX,포스코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1월29일 마감된 공모에는 정작 이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대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에 대한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찰에 참여한 1개 업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후 3~4개 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투자를 받으려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스마트에 대한 경제성과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투자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기업의 움츠러든 R&D 투자 심리로 우리나라의 중장기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차질을 빚지 않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