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도전정신

이노근
지난해 봄 포르투갈 리스본에 들러 항해 중인 범선 모양의 기념비 '발견자의 탑'을 보았다. 거기에는 수많은 인물 조각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맨 앞엔 엔리케 항해 왕,마젤란,바스코다가마,항해사들,마지막엔 기도를 하고 있는 엔리케 왕의 어머니.1960년 엔리케 사후 500년을 기념해 바스코다가마란 탐험가가 항해를 떠난 자리에 세웠단다. 당시 항해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새 항로 개척과 신대륙 발견이란 탐험계획에 대해 왕실에서 대대적 지원을 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귀가 솔깃했다. 물론 당시 유럽 각 국은 경쟁적인 식민지 전쟁을 벌였지만,감동을 준 것은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한 것이다. 신천지를 찾아 나서려면 막대한 재정을 축내며 수십 차례 실패를 거듭했을 텐데도 이들이 온전히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실수가 있으면 난리가 나 도중에 하차해야 한다. 실례로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노비로 살아야 만 했던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이 있다.

뛰어난 손재주와 능력을 인정받아 태종 때 신분과 상관없이 등용된다. 그는 신하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세종에 의해 정5품 상의원 별좌에 올라 간의 혼천의 제작과 자격루 해시계 발명의 공을 세운다. 주변 사람들은 관노인 그가 벼슬을 받자 엄청난 질투와 시기를 한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를 발명,상호군에 특진되는 등 조선 최고의 발명가 자리에 오른다. 그런 어느 날 세종이 신병치료차 이동 중 그가 설계,제작한 어가가 부서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시기 질투하던 사람들은 이 때다하고 "그럴 줄 알았다. 천민주제에,파직시켜라"고 야단법석을 떤다. 결국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은 파직과 함께 그의 재능 또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이러한 사건은 오늘날에도 있다. 도덕적 논란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줄기세포를 연구한 어느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손실이다. 대의에 충실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지 흠집으로 낙마시켜서는 안 된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발명왕 에디슨,서인도제도를 발견한 콜럼버스 등 세계사의 위대한 발명가나 탐험가,개척자들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며 인류 발전에 기여했다.

문제는 사회적 풍토다. 과학자,사회지도자 등 개척자가 일을 하다 실패 등 잘못이 있더라도 재능을 인정하고 용기를 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는커녕 재기 불능상태로 완전 매장시키려는 사람들의 냉소주의다. 이래서야 어떻게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도전정신으로 무장,개척해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냉소주의는 도전정신의 싹부터 자르는 영원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다. 발견자의 탑을 건립해 선조들의 도전정신을 후세들에게 일깨워 나가는 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