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우재룡 동양종금證 자산관리컨설팅 연구소장 "안정형 투자자도…"

주식형펀드 꼭 들어야"
자통법 시대 개막으로, 능동적 투자자산 배분 절실
적립식 펀드 3년이상 잡고, 공격투자는 손실 감당할만큼만
우리나라 소비자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수년간 모은 목돈으로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다양한 차종을 면밀히 살피고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도 여러 날을 고민한 뒤 결정을 내린다.

이에 비해 펀드투자자는 어떨까. 국내증시 활황 속에 '펀드 열풍'이 불었던 1~2년 전을 회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별다른 고민없이 증권사 지점으로 달려가 직원들이 추천하는 주식형펀드에 앞다퉈 목돈을 몰빵했다가 손실로 끙끙 앓고 있다. 투자가 소비보다 점점 중요해지는 저금리 고령화 시대로 돌입했지만 투자결정은 소비결정과 달리 별다른 고민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일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게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소장의 생각이다.

우 소장은 국내에 적립식펀드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는 인생 재무설계를 위한 수단으로 적립식펀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펀드 전도사'로 불렸다. 대한투자신탁과 자산운용협회를 거쳐 1999년 국내최초의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를 설립해 10년간 운영하다 지난해 동양종금증권에 새 둥지를 틀고 지금은 자통법 시대에 맞는 자산설계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자통법으로 투자환경이 대폭 바뀐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자들이 바뀌게 됩니다. 금융회사는 최선을 다해 투자자를 돕겠지만 자통법 시대에서는 투자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만 도와줄 수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가 대폭 강화되지만 투자자가 가만히 있어서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자통법시대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고객성향파악원칙(Know-your-customer Rule)을 두고 한 말이다. 과거와 달리 펀드판매사들은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기 전에 투자의 목적과 재산상황,과거 투자경험 등 정보를 파악한 후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해야 한다.

"앞으로 펀드 하나 가입하려고 해도 많은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그동안 피땀 흘려서 번 돈을 5~10분 만에 투자결정하는 것이 난센스였습니다. 최대한 까다롭게 들어야 합니다. 자동차나 냉장고 살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죠.투자자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권유받을 수 있는 상품도 투자자 성향에 맞게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

앞으론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지를 작성해야 하고 설문결과에 맞는 상품만을 소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지는 투자자의 연령과 계획하고 있는 투자기간,예금 주식형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수준,현재 수입원 등이 7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설문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은 안정형,안정추구형,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공격투자형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우 소장은 이런 복잡한 판매절차가 투자자 교육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설문결과가 중요한데 아무 생각없이 응하면 채권형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 밖에 들 수 없는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대부분 그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 말은 거꾸로 고령화 저금리시대에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극투자형이 되도록 마인드를 바꾸라는 겁니다. "

"위험자산인 주식형펀드는 안정형 투자자라도 반드시 들어야 하는 상품입니다. 투자성향이 안정형으로 나올 경우 '스스로 요구해 투자했다'는 내용의 투자확인서를 쓰고서라도 가입해야 합니다. 주식형펀드 자체는 위험자산이지만 20~30년을 내다보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는 결코 위험자산이 아닙니다. "

그는 주식형펀드를 가입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에 응하기 전에 반드시 세 가지를 생각하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투자기간은 3년 이상으로 잡아야 하고,전체 투자자금을 금융자산에서 비중이 낮게 소액으로 가져가고,어느 정도 원금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로 인해 '펀드 기피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주가급락에 따라 적립식 투자를 중단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적립식투자의 기본원칙을 깨면서 손실만 탓하고 있다"며 "주가가 폭락했을 때 꾸준하게 투자해 매입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나중에 올라설 때 이득도 볼 수 없다는 기본을 되새기고 지금은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향후 '고령화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장기펀드투자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금리가 떨어지고 규제 완화되고 선취매가 돌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여기에 현혹돼선 안된다"며 "노후대비를 위해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 부동산 값은 중장기적으로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이 올해부터 은퇴할 나이인 55세가 된다는 점을 첫번째 근거로 들었다. 평균수명인 80대까지 30년 가까이 더 살아야하는 만큼 부동산으로 편향된 자산을 현금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 소장은 "일본의 경우도 고령화 매물이 쏟아진 1991년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가격이 60% 이상 하락했다"며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준비된 투자마인드를 제대로 갖추고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실행력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평범한 직장인의 경우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현재 85대 15에서 50대 50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자산은 60%는 주식에,40%는 채권 · 예금에 넣고 주식은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를 각각 6 대 4의 비중으로 가져가는 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라고 덧붙였다.
글=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