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라오스에 부는 중국바람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 중심가를 걷다보면 가라오케나 호텔 등의 중국어 간판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라오스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약 8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나라 인구가 7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명중 1명 이상이 중국인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비엔티안 인근을 포함, 7~8개의 차이나타운이 생겨났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형 시장도 3곳이나 되는 등 중국바람이 거세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인 만큼 얼핏 당연한 일로 볼 수 있지만 사정은 사뭇 다르다. 라오스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트남의 형제국이다. 과거 1970~80년대 폐쇄적인 사회주의 시절에도 중국과는 교류가 거의 없어 교역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라오스가 90년대 들어 개혁정책을 편 것도 러시아의 몰락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상술이 뛰어난 화교들도 힘을 쓰지 못해 2003년까지만 해도 라오스에 사는 중국인은 5만명을 채 넘지 않았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라오스에 중국바람이 거세진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정책 결과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라오스에 가장 많은 유 · 무상 원조를 한다. 또 후진타오 주석,원자바오 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이 1년에 한 번 이상은 라오스를 방문해 수천만달러씩의 선물을 풀고 간다.

이때 라오스 정부도 답례 차원에서 지하자원 개발 등 주요 프로젝트를 중국에 맡기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해서 중국기업이 라오스에 진출하면 노동자들도 뒤따라 오고 이어 중국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중국파워가 확장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지 한국 교민은 "우리 대기업 한 곳이 2년6개월째 댐공사 수주를 위해 뛰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며 "중국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업고 프로젝트를 척척 따내는 것을 보면 답답한 심정뿐"이라고 지적했다.

라오스의 최대 민간기업인 코라오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세영 회장은 "중국 경쟁업체에 비해 우리가 최소한 두 단계는 앞서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를 놓고 중국업체와 경쟁한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의 경제외교가 기업 비즈니스에서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