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꼼짝마" CCTV, IP카메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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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상황땐 경보… 지문까지 포착·판독"영상 오른쪽으로 좀 확대해봐.책상에 지문이 묻은 것 같은데 화면 스캔해서 경찰청에 조회 요청해.지명수배자 지문 조회 시스템과 대조해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거야."
가까운 미래에 과학수사대에 도입될 첨단 수사 기법의 한 장면이다. 200만화소급 초정밀 해상도를 갖춘 데다 인터넷과도 바로 연결된 지능형 감시 카메라(IP카메라)가 등장한 덕분에 머지않아 현실화될 미래다.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차량을 포착한 CCTV(폐쇄회로) 정도는 '박물관용 전시 카메라'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IT(정보기술) 감시 시스템이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즘 선보이는 IP카메라는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과학수사대처럼 영상 정보로 범죄자의 위치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지문을 포착 · 식별 · 대조하는 성능까지 갖추고 있다. IP카메라는 네트워크망에 연결된 감시 카메라.컴퓨터처럼 윈도나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를 탑재,어떤 프로그램을 얹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공 지능을 갖추게 된다.
강호순을 잡은 카메라는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비디오 엔코더가 따로 장착된 것이지만 100% 디지털 방식에다 인터넷에 연결된 IP카메라에 비하면 응용 범위가 한정적이다. 윤승제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지사장은 "데이터 압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CCTV의 5배에 달하는 200만화소급 감시 카메라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IP카메라는 리눅스 운영체제를 갖춘 일종의 컴퓨터다. 윤 지사장은 "GIS(지리정보시스템)와 IP카메라를 연결하면 카메라에 찍힌 지명 수배자의 위치를 바로 검색할 수 있다"며 "일반적인 행동 패턴을 벗어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감지하는 기능도 있어 소방서,경찰서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세진 LG CNS 연구원은 "공항의 경우 장시간 방치된 물건이나 갑작스런 비명 등 일반적인 상황과 어긋난 화면이 나타나면 관제실에 알려주는 기능도 카메라에 탑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IP카메라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엄성용 하이테콤시스템 한국지사장은 "서울시내에 깔린 감시카메라는 약 1만6000대고,국내 시장 규모는 3500억원(공급가 기준)가량"이라며 "모든 전자제품을 네트워크망으로 통합하려는 추세 덕분에 국내 IP카메라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