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몸살 앓는 남성복 3사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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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ㆍLG패션ㆍ코오롱 비즈 캐주얼한 매장서
자존심 보단 생존… 현대百 공동판매 매출10% 늘어
휴일인 8일 봄옷을 사려고 현대백화점 목동점 남성복 매장을 찾은 직장인 김지형씨(32).'로가디스''마에스트로' 등의 브랜드에 익숙한 김씨에게 '비즈 스퀘어'라는 낯선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새로 론칭한 브랜드인가요? 옷들은 꽤 마음에 드는데…." 김씨가 매장 한 복판에 전시된 제품들을 가리키며 묻자 직원은 이렇게 답했다.
"저쪽 재킷은 마에스트로,이쪽 셔츠는 로가디스 제품입니다. 비즈 스퀘어는 5개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취급하는 멀티숍(여러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매장)입니다. "
치열한 경쟁관계인 제일모직 · LG패션 · 코오롱패션 등 국내 3대 남성복 업체가 '비즈니스 캐주얼'로 뭉쳤다. 불황 속에 공통적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남성복 업체들이 지난달 24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205㎡(약 60평) 규모로 비즈니스 캐주얼 멀티숍인 '비즈 스퀘어'를 열고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삼성계열 제일모직과 LG에서 분리된 LG패션이 이곳에서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곳에선 매장 간 벽을 트고 갤럭시 · 로가디스(이상 제일모직) 마에스트로(LG패션) 캠브리지멤버스 · 맨스타(이상 코오롱패션) 등 5개 브랜드를 공동 판매한다. 그동안 백화점들에 수입 브랜드 멀티숍은 있었어도 국내 주요 브랜드로만 멀티숍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남성복 업체들의 '적과의 동침'은 무엇보다 규모가 줄어드는 남성복 수요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남성 정장 판매가 정체 또는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요가 있는 주요 남성 캐주얼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집객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삼성 등 대기업의 자율 복장 바람으로 사실상 이들 업체에는 유일한 불황 돌파구인 셈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올 1월 비즈니스 캐주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7%로 정장류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비즈 스퀘어'는 남성복 매장인 지하 2층 한복판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각 브랜드의 정장 매장을 구석진 벽면으로 몰아넣은 반면 '비즈 스퀘어'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중앙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패션의 맨스타 정장 매장은 빠졌다.
'비즈 스퀘어'는 철저히 소비자 위주로 운영된다. 매장 내 구역을 정해 아이템 · 브랜드별로 진열됐지만 소비자들은 한꺼번에 5개 브랜드 제품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각 브랜드 책임자들이 한 데 모여 시즌별 테마를 결정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스타일도 제안한다. 액세서리 품목(가방,벨트,운동화)은 일부 수입 브랜드도 함께 진열해 놓았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브랜드보다는 디자인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므로 한곳에 모은 뒤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면서도 "비즈 스퀘어 개점 이후 일평균 매출이 10% 이상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비즈 스퀘어' 매장을 무역센터점 등 다른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