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등 글로벌 대형펀드 돌아온다

환율감안 반값 매력… 기업·오피스빌딩 매입 추진
KKR ·뉴브리지캐피탈, M&A 투자대상 물색
세계적인 투자회사들이 한국시장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은 1조원대 오피스빌딩 매입을 추진 중이며 하나로텔레콤 매각 후 한국에서 철수한 뉴브리지캐피탈도 금융회사를 비롯한 투자기업을 물색 중이다.

이들은 국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원화가치 약세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가 풀리면 한국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과거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8일 "블랙스톤이 서울 강남지역의 1조원대 초대형 오피스빌딩을 인수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는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 인수와 부동산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한때 1조5000억원까지 호가한 강남 S빌딩 인수 협상에서 8000억원 정도의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미 10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놓은 상태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국민연금과 공동으로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신용규 전 AT커니 부사장을 한국대표로 임명하고 법인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오크지프캐피털 등도 오비맥주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후 매각한 경험이 있는 뉴브리지캐피탈도 한국시장에 다시 진출하려고 투자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일부 대형 오피스빌딩은 이미 외국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컨설팅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세계적인 투자회사들로부터 국내 유망 기업 및 부동산을 찾아 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일부 투자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 · 합병(M&A)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며 국내 펀드회사들과 공동으로 투자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