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만 시간

얄미운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하곤 '친구가 응시한다기에 무심코 따라 치렀는데 붙었다(친구는 떨어지고)'거나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이들이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의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글래드웰은 유행과 변화가 어떻게 눈 깜짝할 새 퍼지는가를 분석한 '티핑 포인트'와 직관의 힘에 주목한 '블링크' 등의 저서로 유명해진 인물.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 중 4위에 오를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신간'아웃라이어(Outliers-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에 이어 최근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삼'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우연한 성공은 없으며 어떤 분야에서건 남다른 존재가 되자면 타고난 재능에 상관없이 최소 1만 시간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의 근거는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1990년대에 발표한 '재능 논쟁의 사례 A'.베를린 음악아카데미 학생 중 세계적 솔리스트 가능성이 있는 최상급과 다음 단계인 상급,음악교사 정도를 꿈꾸는 보통의 차이를 알아봤더니 연습시간이 각각 1만 시간과 8000시간,4000시간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다.

노력하지 않았는데 최상급인 학생도,열심히 했는데 두각을 못 나타낸 학생도 없었다고 돼 있다. 글래드웰은 비틀즈의 성공 또한 무명 시절인 1960~62년 독일 함부르크 클럽에서 하루 8시간씩 주 7회 연주함으로써 첫 앨범 발매 전 1200여회의 연주 경력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1만 시간이란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계속해야 하는 시간.물론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환경과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것이 글래드웰의 주장이다. 그러나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1만 시간 이상 투자해야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수적석천(水滴石穿:물방물이 돌을 뚫다)'이라고 하거니와 하루 평균 3000번의 스윙을 했다는 최경주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1000개를 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으면 1000개를 쳐야 한다. 999개 치고 내일 1001개 치겠다며 골프채를 내려놓는 순간 성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